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가 지난해 170만명을 넘었다. 2006년 54만명에서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근로자(34.9%), 결혼이민자(8.5%), 결혼이민자의 미성년자녀(11.9%) 등이 주를 이룬다. 한국이 이젠 명실상부한 다문화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소수자로서 사회 주변부에 방치됐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던 다문화가정 지원은 고용으로 한 단계 개선됐다. 커피숍, 베이커리, 꽃집 등 이들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취업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모국의 문화를 접목한 독특한 메뉴를 만들어 한국에 전파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등 1석3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이 함께 꾸려가는 커피숍과 빵집, 그곳에선 커피향과 빵 굽는 냄새와 함께 다양한 문화의 향기도 흐른다.
결혼이민여성들을 채용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 서교점에서 바리스타 제나린 루나씨(왼쪽)가 동료와 함께 커피를 내리고 있다. |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홍대’에서 도보로 10∼15분 서교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결혼이주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카페오아시아’가 나온다. 카페오아시아는 매장직원의 70%를 결혼이민여성으로 채우고, 정부인증을 받은 1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서울, 인천, 광주, 경북 포항 등 전국에 26개 회원사 매장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꿈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페오아시아에서는 결혼이민여성 중 처음으로 ‘점장’이 탄생했다. 첫 점장의 탄생을 본 결혼이민여성들은 “나도 카페 점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전남 영광 이주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세운 예비 사회적기업인 ‘톤래삽’ 공장에서 치즈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
전남 영광에서는 이주여성들의 ‘금의환향’ 의지를 담은 ‘톤래삽’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나서서 스스로 출자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2013년 영광으로 시집온 캄보디아 이주여성들이 캄보디아 메콩강 인근의 거대한 자연호수인 ‘톤래삽’에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협동조합 성공의 네 박자인 자본과 기술력, 판매, 홍보 등이 부재한 탓이었다. 그러나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후원자로 나서면서 협동조합 운영에 탄력이 붙었다. 영광읍 내의 폐업한 공장을 임차해 보리빵과 치즈 공장을 세웠고, 설립 석달 만에 첫 찰보리빵과 수제치즈가 나왔다. 이주여성들은 밤새 손수 만든 빵과 치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판로 확보에도 한동안 애를 먹었지만 센터의 비원을 받아 영광군과 자매결연 도시를 찾아다니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갔다. 톤래삽은 2014년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정부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지 9년째인 송승희(쏭킴츠룸·29)씨는 “매월 조금씩 보낸 돈이 부모 치료비와 동생들 학비로 쓰이고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영광=한현묵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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