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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카바이러스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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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02 20:56:47 수정 : 2016-02-02 20: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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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막막
발빠른 방역대응 못하면 제2의 메르스사태 올 수도
해외여행 몰리는 설연휴 비상, 국제공조 통한 적극 감시 필요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해 벽두부터 지구 정반대편 브라질발 지카바이러스감염증(이하 지카) 유행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긴박한 상태가 됐다. 메르스는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고,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보았던 만큼 정부는 메르스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카에 대해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겠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숲에 있는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카는 지난 60여년간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에 이어 남태평양 섬으로 조용히 동쪽으로 확산됐다. 또한 지카 환자수도 폭발적이지 않았고, 대부분 가볍게 앓고 중증 사례가 없었기에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아메리카대륙의 브라질에서 지카 유행이 처음 확인되고, 11월 지카에 감염된 임신부에서 소두증 환아 출생 빈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지면서 비로소 세계적 관심을 끌게 됐다. 아울러 지카에서 급성말초신경마비가 특징인 길랭·바레증후군이 합병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지카와 소두증, 길랭·바레증후군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한 확증은 없지만 관련성이 매우 높다는 견해가 다수인 만큼 효과적인 치료제와 예방백신이 없어 두려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카는 남미로부터 중미, 카리브해의 20여 국가로 빠르게 확산돼 콜롬비아에서 2만여명의 감염사례가 보고되는 등 WHO는 향후 400만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
지카는 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주로 이집트숲모기)에 물린 후 2~7일 잠복기를 지나 증상이 나타난다. 지카의 주 증상은 발열, 발진, 관절통, 결막충혈 등인데 대부분 7일 이내에 호전된다. 하지만 지카의 증상은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 치쿤군야와 비슷하므로 감별에 유의해야 한다. 모기에 물리는 것이 주요 감염경로이며 일상적인 접촉으로 사람 간 감염전파는 되지 않는다. 드물게 성접촉이나 오염된 혈액 수혈로 감염될 수 있으나 일부 사례로 보고될 정도이다. 그러나 임신부가 지카에 감염된 경우 태아로 감염되는 수직전파는 가능하므로 임신부는 현재 지카가 유행 중인 국가로의 여행을 피해야 한다.

지카에 관한 한 국가 방역의 핵심은 국민들이 해외 체류 중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고 만약 해외에서 감염돼 귀국 시 조기에 진단 치료하며 국내 토착 유행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20여 국가에서 지카 유행이 활발한 상태이지만 이들 국가보다는 오히려 내국인이 많이 여행하고 국내 입국자가 많은 동남아의 지카 유행국으로부터의 유입 확률이 더 높다. 실제로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지카 발생이 확인됐으며, 특히 일본, 대만에서는 태국으로부터 유입된 지카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므로 설연휴를 맞이해 동남아 여행객에 대한 지카 감염예방을 강화해야 한다. 동남아는 그렇지 않아도 모기가 매개하는 말라리아, 뎅기열 등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2013년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등 매년 국내외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정보기술(IT) 발달로 실시간 정보와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교류되는 것을 빗대어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듯이 감염병 확산도 글로벌 여행 및 교역의 확대로 “세계는 평평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보건당국은 감염병 방역에 관한 한 ‘전 세계가 우리의 영토’라는 인식을 하고 국제적인 교류협력을 통한 감시, 백신, 치료제 개발 등 전방위적 공동대응에도 적극 참여해야겠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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