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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납세의무 면제받은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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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5 20:55:23 수정 : 2016-02-15 2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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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처럼 쓰는 복지포인트, 봉급이라는 법원 판결 나왔다
법제처 유권해석 앞세워 세금 안 내고 버티며
초헌법적 특혜 누리는 건 조세 정의 흔드는 중대 사건
정부가 매년 연초에 공개하는 공무원 봉급표를 줄 쳐가면서 꼼꼼히 따져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봉급표에 적힌 숫자는 기본급만 보여준다.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32가지의 수당은 적혀 있지 않다.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은 기본급 못지않다. 정부가 공무원 봉급을 공개한다면서 기본급만 나타내는 봉급표만 줄기차게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눈속임이라고 할 수 있다. “수당은 직급이나 직종에 따라 종류와 액수가 다르지만 평균 얼마 정도는 된다” 하는 식의 친절한 설명은 애써 생략한다. ‘박봉(薄俸)’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공무원 봉급이 많네 적네 하는 논쟁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 비교하면서 갑론을박할 이유도 없다. 공무원들이 “월급이 적다”고 우는 소리를 해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다. 고용이 안정된 평생 직장, 노후보장 등의 프리미엄까지 덤으로 누리고 있다. 9급 공무원시험 응시 인원이 해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기홍 논설실장
공무원이 한눈팔지 않고 공복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우해야 하는 것은 맞다. 행정 권력을 움켜쥔 공무원이 금품과 향응에 휘둘리면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다. 공직자가 자긍심과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줄 것이란 기대를 받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공직 사회는 이런 국민적 소망을 저버리지 않고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국가 발전의 견인차가 아닌 걸림돌로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다. 공직 사회의 갑질이나 관피아 논란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안 하느니만 못한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국민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웠다.

공무원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매기는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현금은 아니지만 현금처럼 쓰이는 복지포인트는 복지 향상 차원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게 지급된다. 작년에 공무원에게 지급된 복지포인트만 6500여억원이다. 같은 복지포인트인데도 공기업 직원들은 소득으로 인정돼 그에 상응하는 건강보험료와 소득세를 내지만 공무원들의 그것은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아 건보료와 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최근 서울메트로 근로자들이 낸 소송에서 복지포인트가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세금을 물려야 하는 급여로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복지포인트는 봉급이 아니라는 정부 주장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복지포인트 비과세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부는 법제처가 2011년 유권해석을 내놓은 이래 꿀 먹은 벙어리다. ‘복지 포인트가 특정용도가 정해져 있는 실비변상적 경비일 뿐, 근로제공 대가로 받은 보수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인데, 팔이 안으로 굽은 판정이다. 공무원 월급이 지난해 3.8% 올랐고, 올해는 3% 인상됐다. 경기 침체로 명퇴·해고 바람이 몰아치고 임금 삭감 된서리를 맞는 판에 “물가 상승률과 민간부문의 차이” 운운하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봉급을 올리는 것이 내심 못마땅했다. ‘공무원 봉급 인상은 자동이냐’는 볼멘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복지포인트 판결 소식을 접하고 나니 뜬금없이 본전 생각이 난다.

상당수 공무원은 공복이라는 직업적 사명감으로 하기 힘든 일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소명감을 갖고 솔선수범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게 못하겠다면 억지로 강요할 생각이 없다. 희생하라고 요구하지도 않겠다. 다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 아래 모든 국민이 지고 있는 납세의무에서 열외되는 초헌법적 특혜를 누리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 복지포인트 비과세는 조세 정의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다.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것도 문제지만 조세 차별은 더 큰 문제다.

공직사회가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화석처럼 굳어져서도 안 된다. 공직사회에 혁신 또 혁신을 주문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공무원을 춤추게 하는 것은 칭찬이고 보람이고 명예이고 책임감이고 소명 의식이어야 할 텐데,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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