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항장무검(項莊舞劍)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6-02-15 20:54:29 수정 : 2016-02-15 20:54:2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었다는 뜻이다. 해하성에서 유방의 군사에 둘러싸여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에 빠진 항우. 애첩 우(虞)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부른 우혜가(虞兮歌)의 한 대목이다. 서초패왕(西楚覇王) 항우는 대단했다. 기원전 207년 10월 거록성 싸움. 항우는 황하를 건너자 솥단지를 부수고 타고 온 배를 침몰시켰다. 파부침주(破釜沈舟)다. 그리고 10만 군사로 진의 50만군을 물리친다.

역사는 반전하는 것일까. 그해 12월 열린 ‘홍문의 잔치’(鴻門宴). 진의 수도 함양 동남쪽 홍문에 진을 친 항우는 유방을 불러들였다. 항우의 책사 범증은 생각했다.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함곡관에서 진의 군사 20만명을 생매장한 항우, 함양에 먼저 도착해 덕치(德治)를 베푼 유방. 누가 이기겠는가. 범증은 잔치에서 항우의 사촌 항장에게 칼춤을 추다 유방의 목을 베라고 명했다. 성공했다면? 역사는 달라진다. 하지만 유방의 전략가 장량은 호위대장 번쾌에게 이를 막도록 했다. 항우 앞에 나선 번쾌 왈,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간신의 이간질에 넘어가 공신(유방)을 죽이려 하옵니까.” 호걸 항우, 결국 유방을 살려 돌려보낸다. 그것이 패착일 줄이야. 항우는 결국 해하성 패배로 죽음을 맞았다.

2000년 넘게 이어진 이야기 초한(楚漢) 쟁패의 핵심 내용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말했다.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 항장이 칼춤을 춘 의도는 유방을 죽이려는 데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북핵을 핑계로 중국을 감시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을 담은 말이다.

적절한 말인가. 검무(劍舞)는 누가 추고 있는가. ‘핵 검무’를 추는 쪽은 북한이다. 젊은 김정은이 칼자루를 잡고 있다. 중국은? 핵 검무를 항미(抗美) 전략에 이용한다. 북한무검(北韓舞劍)은 의재적화(意在赤化)요, 의재항미(意在抗美)가 아니던가. 그 말은 왕 부장이 해야 할 말이 아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사마소의 야심은 길 가는 사람도 안다(司馬昭之心 路人皆知).” 북핵을 이용해 미국 목줄을 죄려는 중국의 의도는 장삼이사도 알고 있지 않은가.

‘정관정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유계가 당 태종에게 한 말, “나라가 장구하기를 바란다면 뛰어난 언변과 박식을 좋아해선 안 된다.” 하물며 이웃을 납득시키지 못할 아전인수의 말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