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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이래서는 못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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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6 22:02:30 수정 : 2016-02-16 22: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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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게임 주도권 잡으려면
우리가 합심하고 결의 다져
미· 중 손잡고 이끌어야 하는데
비상시국에 국정원 인사 잡음
홍용표 헛발질은 또 뭔가
햇볕·압박 넘어 제3의 길 가야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 미국이 구슬을 꿴 것은 맞다. 미국은 2010년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제정, 돈줄을 막아 이란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2012년 중국 국영석유무역회사에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을 적용해 대미 수출면허 불허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결연한 의지는 버티던 중국의 꼬리를 내리게 했다. 중국이 뒷문을 열어뒀다면 보나마나다. 이란은 국제 제재를 코웃음치며 지금쯤 핵보유국가가 됐을 수도 있다. 이란이 핵을 포기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면 미국은 누가 움직였는가. 두 개의 지렛대가 작동됐다. 하나는 이스라엘의 정치다. 이 나라의 총리는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것도 겁내지 않는다. 그 힘은 국민과의 혼연일체에서 나온다. 나라를 지키는 문제를 두고서는 정치지도자와 국민은 한마음이다. 좌충우돌 않고 한 방향으로 직진한다. 그러니 자폭테러와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며 시리아 핵시설을 공중 폭격할 수 있었다. 이란도 미사일로 박살내려 했다. 이 같은 결기에 미국이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백영철 편집인
또 다른 힘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다. 2002년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드러난 뒤 유엔은 2006년 네 건의 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유엔 제재는 구멍이 많아 이란은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때 모사드가 나섰다. 모사드가 암약하는 동안 이란에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란 핵과학자 5명이 수도 테헤란에서 자동차 폭발로 숨지고, 이란 핵프로그램 통제컴퓨터의 절반이 해킹으로 고철이 됐다. 이란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이스라엘에 망명하고 이란군 수송기가 이란 상공에서 잇따라 추락했다. 모사드는 이란 핵개발 완료시점을 2007년에서 2009년으로, 다시 2011년으로, 또 2015년으로 지연시켰다. 끈질긴 방해공작으로 이란이 취약해지자 이 틈을 비집고 미국이 강하게 압박해 들어가 담판으로 2015년 핵개발 포기를 이끌어냈다. 미국 CIA도 공동작전을 폈지만 모사드가 주도했다. 결국 이란의 핵개발 포기는 이스라엘의 정치인과 국민의 합심, 유능한 모사드가 이끌어낸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개성공단의 문을 닫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남북의 문을 걸어잠갔다. 남북 대치는 첨예해졌다. 필요하면 긴장을 고조시켜 남남분열을 조장하는 전술은 북한의 오래된 수법이다. 개성공단 중단은 고육지책이지만 국제사회에 우리의 결의를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 이제 물러설 곳도 없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북풍을 총선에 악용한다면 자멸행위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북한 이슈는 선거에서 힘을 못 썼다. 국가안보를 누구보다 중대시해온 박근혜정부가 북핵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총선용 카드로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역사의 단죄가 눈에 보이는데 그런 어리석은 길을 갈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야당이 북풍의도라고 떠드는 것은 정부가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이 비상한 시국에 느닷없이 국정원 차장 세 명을 교체하고,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2차장에 청와대 민정수석의 ‘친구’를 임명하면서 국내정치용이라는 풍문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통일부 홍용표 장관은 개성공단 자금의 핵·미사일 전용 발언을 두고 오락가락해 북핵게임에 대한 정부의 대비체제가 철저한지, 컨트롤타워가 정상 작동되는지를 두고 심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렇게 어설퍼서야 중국, 미국과 북핵폐기 게임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북한은 이란과 많은 차이가 난다. 왕조국가인 데다 폐쇄사회여서 주민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 포악한 나이 어린 지도자는 영웅놀이에 심취해 있다. 국제역학관계도 불리하다. 중국은 북한과 직접적 이해관계로 엮여 있다. 러시아도 뒤를 봐주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국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현 국면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것이다.

북핵게임에서 선수를 잡으려면 이스라엘처럼 정치인과 국민이 하나가 되는 게 급선무다. 최근 조사에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국민 지지는 반대보다 앞선다. 그러나 겨우 오차범위를 벗어난 범위다. 이 정도론 북한과 중국에게 한국의 결의를 느끼게 할 수도, 미국을 움직일 지렛대로도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국회연설은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첫걸음일 뿐이다. 거듭해서 국민에게 설명하고, 야당에도 마음을 다해 단합을 호소해야 한다.

국정원은 최일선에서 ‘어둠의 왕’이 돼야 한다. 그런 국정원을 정치의 끈으로 묶어서야, 선거 댓글이나 달게 해서야 국가안보를 지켜내기 어렵다.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도록 놓아둬야 한다. 국정원이 유능해져 대북심리전을 강화하고 무명의 헌신이 줄을 잇도록 해야 한다. 북핵을 저지하려면 우리 내부의 취약점부터 정비해야 한다.

햇볕정책과 압박정책은 둘 다 성공하지 못했다. 가보지 못한 제3의 길을 이제 찾아 나서야 한다. 외교로 하든 어둠의 왕이 나서든 우리가 먼저 행동해 주도권을 잡은 뒤 미국이 나서 담판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북핵게임의 생명은 일관성이다. 몇 개월이 지나 슬그머니 대화국면으로 회귀하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죽도 밥도 안 된다.

백영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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