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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동계 자기혁신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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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23 19:19:05 수정 : 2016-02-24 00: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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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전장·현대차 판결
과연 근로자를 위한 단체인지
노조 본질에 대한 자성 일깨워
정치노조, 귀족노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용 더 이상 없어
최근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노동사건 판결을 함으로써 앞으로 노동운동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노동계의 정서에 부합하는 판결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외환위기라는 대암흑기를 거치면서도 고도성장을 이끈 근로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베푼 관용을 어느 정도 반영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사회는 배부른 자가 비정규직과 하청업체를 착취하고 있다는 구호 때문에 극도의 혼란을 겪은 바 있다. 기간제법이나 하도급법을 개정해 사측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배부른 자를 사측으로 단정하고 이들에 대해 끊임없이 선전포고를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두 사건에서 대법원은 그 배부른 자에 노조도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경제학
‘경주 발레오전장 사건’은 노조지회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함께 쟁의행위를 하던 중 직장이 폐쇄되자 지회가 회사 측과 단체교섭을 위해 별도의 노조를 설립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금속노조 측은 단체교섭은 산별노조만 할 수 있으므로 산별노조에 속한 지회가 행한 단체교섭은 무효라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왜 지회가 회사 측과 단체교섭을 하고자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해된다. 지회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직장폐쇄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었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금속노조는 소속 지회 근로자의 일자리 유지보다는 산별노조의 단체교섭권 유지를 더 중요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은 누구를 위한 단체인지를 망각한 노조에 대한 대법원의 엄중한 경고였다.

이어 ‘현대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역시 노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판결이다. 노조는 조합원을 위한 단체이므로 노조전임자가 회사 측으로부터 대우를 받는 경우 오히려 조합원이 아닌 사측을 위해 활동할 수 있다. 이에 노동조합법은 사측이 노조전임자에게 보수를 지급하거나 운영비를 지원하는 경우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사용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차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2004년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근거로 사측이 노조에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두 채와 자동차 13대를 빌려 준 것이었다. 사측은 빌려줄 당시 지원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는 않았지만, 2010년 법개정으로 사정이 변경됐으니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노조의 자주성을 해칠 현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지원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반환을 거부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대해 심도 있는 고심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조합원들의 회비로 급여를 받는 노조전임자들이 사측이 제공한 숙소와 자동차를 지원받는다면 진정 근로자를 위한 노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주 발레오전장 지회는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해 97.5인 536명이 기업노조 전환에 찬성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체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 소속인 민주노총이 논평을 통해 ‘산별노조 운동의 토대를 허무는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분명 본분을 망각한 행위다.

이번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을 통해 노조도 조합원들의 권익보다 단체의 위상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단체로 변질되면 배부른 자로 낙인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특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상 정치노조, 귀족노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용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노조의 자기혁신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듯하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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