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34)씨는 지난 주말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1000원짜리 과자 한봉지를 사면서 신용카드를 제시했다. 편의점 직원은 5000원 미만의 소액은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소액이라 카드결제를 거부 당한 듯 하여 기분이 상했다. 그는 "물론 편의점 그 직원의 말도 일리는 있지만, 매번 지갑 속에 현금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내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로 물건을 구입한 규모가 지난해 50% 넘게 늘었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른 편의점 성장세와 소액 카드결제 증가세가 맞물린 결과이다.
최근 여신금융협회의 여신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카드승인 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의 카드승인금액은 9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1.2% 늘었다.
◆2015년 편의점 카드승인액 10조원 육박
앞서 2013년에는 5조2000억원, 2014년 6조4800억원이었다. 2년새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대형할인점 카드승인액이 3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어나는데 그쳤고, 백화점이 19조5500억원으로 8.4% 성장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편의점 매출에서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판매액을 바탕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통계청 소매판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의 판매액은 전년(12조7437억원)보다 29.6% 급증한 16조5207억원이었다.
◆편의점 시장 커지면서 소액 결제도 확대
이를 토대로 지난해 카드 승인액이 전체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면 59% 정도다. 이는 2013년 44%, 2014년 51%에 이어 8%p 높아진 수치다.
여신금융연구소는 "대형할인점의 성장률이 둔화한 반면,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은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소액 결제의 확대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간편식 시장의 급성장, 편의점 점포 수의 높은 증가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편의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카드 결제금액의 소액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신용카드의 건당 결제금액은 평균 4만5295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4.5%(2140원) 감소했다.
◆생활밀착 업종에서 카드 많이 쓴다
상반기 체크카드 건당 결제금액도 2만5223원으로 전년 상반기보다 4.6%(1208원) 줄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건당 결제금액은 2007년만 해도 각각 6만5523원, 3만6906원 수준이었지만 카드 결제 보편화 추세에 맞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의 업종별 사용현황을 보면,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이용금액이 전년 상반기보다 각각 32.0%, 11.2%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편의점·슈퍼마켓·음식점 등 생활밀착 업종에서 카드 사용이 늘면서 이용금액의 소액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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