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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능 정치권, 국민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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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01 21:04:23 수정 : 2016-03-01 22: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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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도 무너진 필리버스터
선거구획정안 처리 때 놓쳐
여도 야도 승자는 없어
국회선진화법 고치는 게
19대 국회의 마지막 역할
정치인과 정당에 선거를 위한 정치적 고려를 못 하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정치적 이익만큼 정치인과 정당에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따라서 당연히 선거적 필요에 따른 정치적 고려를 우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금도’는 있어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명시된 소수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이다. 결과적으로 잘했다 못했다 칭찬과 비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무제한 토론이 불법적 선택은 아니다. 그럼에도 야당의 경우 정치적 상황과 시기 등을 고려해 나름 국가적 차원에서 판단해야 할 대상이 필리버스터였다. 동시에 여당도 ‘국회마비’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지 않고 국가적 어젠다(의제)를 어떻게든 진행시키려 노력해야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어찌 됐건 야권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잃은 것은 여야가 약속했던 선거구 획정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가 패자다. 우리, 아니 정치권이 얻은 것은 각자의 지지층 결집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야의 정치력 부족이다. “얻는 것도 없이 철수할 수 없다”는 야당의 강경론과 “더 이상 야당에 내줄 게 없다”는 여당의 강경론이 맞선 결과다.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이라면 늦어질 대로 늦어진 선거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책임감과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줘야 했다. 정치 공학적으로만 보면 여당의 정치적 버티기는 성공적이었다. 역풍을 우려한 야당이 스스로 무제한 토론을 중지했기 때문이다.

야권, 특히 더민주도 전략 부재와 선거적 고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필리버스터를 시작할 때도 내부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강경론에 묻히고 말았다. 직권상정 처리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을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법안통과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선거구 획정 처리와 맞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다. 결국 야당은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했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대더라도 야당을 왜소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소수파가 택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소수야당의 절박함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하며 지지층이 열광하며 결집’했을지는 모르지만 외연 확대는 실패했다.

국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 경제상황은 악화되는데 정치권은 눈앞의 선거에만 매몰돼 있다. 이렇게 된 데는 국회 선진화법의 영향이 크다. 강력한 정당 집단주의와 합의 지향적 국회제도와 관행 속에서 여야 교차투표를 전제로 한 선진화법은 우리에게 실효적이지 않다. 국회 선진화법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신속처리제 요건을 완화하고 법안 처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교차투표가 가능하기 위한 의원 자율성 강화방안도 정당제도와 관련해 고민해야 한다. 4년 전 국회 선진화법은 18대 국회 임기 마지막과 함께 처리했다. 19대 국회도 20대 국회의 성공을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19대 국회의 마지막 역할이다. 그래야 책임정치의 실현이 가능하다.

눈앞의 이익과 정치적 승리만을 위한 정치꾼과 국가적 미래와 의제를 고민하는 정치가는 구별돼야 한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구성하고 국회도 유권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다음달 총선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보고 잘 뽑아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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