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통일논단] 핵 대신 경제… 북한은 이란을 배워라

관련이슈 통일논단

입력 : 2016-03-03 20:43:10 수정 : 2016-03-03 20:43: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민은 궁핍에 신음하는데
자력갱생만 외치며 핵도박
고립·폐쇄주의는 망국의 길
핵이 아닌 개방과 협력으로
경제강국 건설에 매진해야
이란 총선이 개혁·중도파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29일 이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도·개혁파는 의회 전체 290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했고 보수파는 68석에 그쳤다. 이번 선거는 이란 핵협상 타결 후 처음 치러진 선거로서, 이 결과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로 인한 변화를 선호하는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국민들은 ‘핵’ 대신에 ‘경제’를 선택함으로써 그동안 서방세계의 오랜 경제제재로 인한 국민경제의 곤핍을 벗어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핵협상 타결을 성공적으로 이끈 하산 로하니 대통령 정권은 경제부흥을 포함한 각종 개혁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총선과 함께 치러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에서도 개혁·중도파가 총 88석 중 과반인 52명(59%)을 차지했다. 이들 상당수는 로하니 지지 인사로 분류되는데, 현재 이란의 종신직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후계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렇게 되면 로하니가 최고지도자에 임명될 수도 있어 이란 역사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실질적인 국정 운영을 맡지만, 국가 중대사의 최종 결정이나 군·사법부 등의 수장 임명은 종신직인 최고지도자가 하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총선 승리 이후 그동안 강경·보수파에 막혔던 각종 법률안을 통과시키며 개방 경제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국제 정치학
이란의 선택은 핵무장의 기로에 선 북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의 변화는 그동안 서방세계의 오랜 제재로 자국 경제가 물가 폭등, 생필품 부족 등 극심한 내핍에 시달린 점 외에도 ‘핵 대신 경제’를 선택한 국민의 힘이 컸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달러화와 물품의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안을 마련하고 이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비록 중국의 미온적 역할에 대한 우려와 이란과는 다른 북한경제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제기된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북한 정권과 주민들에 달렸다.

21세기 국제질서는 네트워크시대이다. 사람과 물자가 국경을 넘어 서로 교류하고 생산과 소비도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세상이다. 이러한 개방과 연결의 시대에 북한만은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거부한 채 고립과 폐쇄 속에 자력갱생의 길을 걷겠다고 스스로 고난의 행군을 자처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신년사에서 5월의 노동당 7차 당대회가 북한의 미래 노정에 대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칠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민생활문제를 천만가지 국사(國事)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제시하는 한편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에서 자강력제일주의’를 최우선시하고 ‘사대와 외세의존은 망국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심지어 테러조직조차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북한만은 동북아의 큰 구조적 공백으로 남아서 연명하겠다는 발상은 21세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처럼 고립을 자초하다가는 7차 당대회는 북한의 앞날에 대한 ‘허망한 설계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핵보다 경제를 택한 이란에서 왜 배우지 못하는가. 핵무기가 아니라 경제와 협력 속에 북한이 살 길이 있다는 것을 북한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중국조차도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는 판에 북한이 아직도 핵을 앞세워 병진(竝進)노선의 성공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북한 주민이 겪을 이번 겨울은 몹시 춥고 힘겨운 시간이 될 뿐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국제 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