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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거래·동성 결혼·성매매가 허용되는 곳… 자유·진보의 도시 암스테르담

입력 : 2016-03-04 19:54:53 수정 : 2016-03-04 23: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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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금지보다 통제’
오늘의 암스테르담이 있기까지 역사 조망
유럽 대체할 대안 세계로 브라질 소개
러셀 쇼토 지음/허형은 옮김/책세상/2만3000원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 암스테르담/러셀 쇼토 지음/허형은 옮김/책세상/2만3000원


암스테르담에서 ‘카페’와 ‘커피숍’은 전혀 다른 곳이다. 가벼운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이 카페라면, 커피숍은 커피와 마리화나, 해시시를 함께 맛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마약 거래는 불법이다. 하지만 커피숍 내에서는 허용된다. ‘불법이지만 눈감아주는 것’을 ‘헤도헌(gedogen)’이라고 한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금지하지 말고 통제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성매매가 합법인 곳도 암스테르담이다. 연간 5000∼7500명의 여성들이 허가를 받아 돈에 몸을 맡긴다. 마찬가지 논리다.

1971년에는 1년 이상 비어 있는 건물에는 누구나 들어가 거주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졌다. 세계 최초 동성 커플 네 쌍이 결혼한 곳도 이 도시에서다. 이 책은 이 도시의 자유로움에 매료된 미국인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가 썼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살았던 저자는 경쾌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이 도시의 메시지를 전한다. 과거와 현재 역사를 토대로 이 도시에서 화려하게 피어난 ‘자유’와 ‘진보’의 역사를 묘사한다.

17세기에 해부학 강의실로 사용된 건물이다. 화가 렘브란트가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그린 장소로 유명하다.
예전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변방이었다. 바닷물이 범람했던 환경 탓에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다. 그러나 시민들은 늪지와 갯벌을 개간해 도시를 건설했다. 1100년쯤에는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를 만들었다. 신대륙과 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해 17세기엔 역사상 전무후무한 황금기를 맞았다. 2차 세계대전 땐 나치 저항의 중심지였다. 또한 교회가 위험 인물로 낙인 찍은 스피노자의 도피처였다. 그는 자유와 진보의 도시에서 혁신적인 근대 철학사상을 탄생시켰다. 화가 렘브란트가 엄혹한 종교적 질서를 탈피한 ‘근대적 개인’을 표현한 곳이기도 하다.

다문화사회라는 개념은 1970년대 이 도시에서 맨처음 생겨났다. 다문화는 문화적 소수자들을 수용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개념인데, 암스테르담이 선구적 역할을 했다. 비서양권 이민자들을 환영했고, 그들 조국의 언어와 전통을 고수하도록 장려했다. 지원금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의 다문화주의 정책은 실패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대신 단절된 울타리 문화만 남았다. 게토화된 공동체만 존재하는 사회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서로 융합하면서 고유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결국 관용에 관한 논의다. 저자는 암스테르담 역사를 통해 관용의 메시지를 던진다.

카날하우스 모습이다. 17세기 지어진 암스테르담의 ‘카날 하우스’가 인류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집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열린책들 제공
저자는 “사실 네델란드 사람들은 굉장한 보수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관용이란 용어를 즐겨쓰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과 일맥상통한다”면서 “그들의 역사와 전통과 척박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역으로 이방인 문화를 자유롭게 수용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살짝 미치지 않고선 마약과 매춘을 허용하는 이런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결국 개인의 자유로 귀결되며 따라서 인간 개개인의 중요성과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지면을 채운 등장 인물들은 렘브란트나 스피노자, 안네 프랑크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다. 이들의 생애는 공통적으로 자유주의라는 주제, 암스테르담이라는 키워드와 관련이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꽃핀 자유주의와 운명 공동체처럼 엮여 있다. 저자는 “암스테르담에서 불과 5년여밖에 살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곳을 고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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