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게임마니아들을 사로잡았던 아케이드 게임들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처럼, 100원만 있으면 어둠의 세력과 싸워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던 시절이었다. 당시 단순했던 게임 방식과 조악한 그래픽 등은 곰팡이 냄새 풀풀 나는 전자오락실처럼 아스라한 추억이 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의 키스 스튜어트 기자는 고전 게임에 대한 이같은 무조건적인 ‘노스탤지어’에 반기를 든다. 그는 7일(현지시간) 블로그( http://goo.gl/Njals0)를 통해 추억의 고전 게임이 환상적이고 혁명적이긴 했지만 요즘 온라인·모바일 게임과 비교해 '향수'라는 이름으로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툴툴댔다. 하지만 오랜 게임매니아로서 고전게임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이 느껴진다.
초창기 컴퓨터 게임은 1970년대 등장했다. 게임 프로그램이 내장된 콘솔(제어반)을 TV 브라운관과 연결해 축구와 테니스, 스쿼시와 같은 구기 종목을 즐기는 홈비디오형 게임이었다. ‘월드스탠드 2600’과 같은 퐁(Pong) 게임엔 최대 10개의 게임이 있었으나 흑백 화면이나 엇비슷한 게임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전기 소모량이 많아 자주 먹통이 됐다.
1980년대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컴퓨터(PC)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었다. 두툼한 PC 사용설명서에는 “직접 프로그램을 짜면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는 친절한 안내가 적혀 있다. 하지만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설명서를 보며 진땀 나게 명령문을 입력해 게임 프로그램을 코딩했는데 뜨는 화면은 ‘Syntax Error’(구문상 오류)라는 문구 뿐일 때가 많았다.
1980년대 중반 닌텐도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Pong 게임 제작사) 아타리사의 조이스틱이다. 네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이스틱과 주황색 버튼 하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윈도 대화창을 열면서 동시에 점프를 하고, 불을 쏘고, 폭격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싱클레어 ZX 스펙트럼 컴퓨터로 조이스틱을 사용하려면 엄청난 돈을 들여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구매해야 했다.
초창기 컴퓨터 게임은 로딩하는 데 카세트테이프가 필요했다. 대략 5분 정도가 소요됐는데, 마지막 순간 테이프가 끊어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졌다. 보컬이 잡음과 구별이 안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로딩할 때마다 귀를 거슬리는 괴상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고 한다.
일부 게임은 로딩할 때 모니터에 이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로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 남짓이다. 당연히 ‘뭔가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정상적인 로딩 과정이었다.
1980년대 모든 게임은 엄청난 분량의 사용설명서를 펴냈다. ‘엘리트 앤드 로즈 어브 미드나잇’처럼 사용설명서가 웬만한 단편소설 분량이었던 게임도 부지기수였다.
우리에게 동킹콩으로 알려져 있는 ‘Donkey Kong’은 어렵기로 소문난 게임이었다. 공주를 구출하려면 킹콩이 굴려보내는 드럼통을 피해야 하는 데, 필요한 스피드와 순발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당시 Donkey Kong이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게이머가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였다. 닌텐도와 세가, 남코, 타이토와 같은 1970∼80년대 유명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들은 주력 수익원인 오락실을 위해 최대한 어렵게 게임을 구성했다고 한다.
고전 게임 대부분이 저장 기능이 없었다. 게임 중간에 실패하면 첫 번째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만약 ‘슈퍼마리오 브로스’ 최고기록을 세우기 직전인데, 급한 일이 생겼다면 포즈 버튼을 누른 뒤 배터리가 나가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엔 32명이 동시에 게임을 하는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갖춰지지 있었다. 게이머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일한 대화 통로는 익명게시판. 욕설과 적의가 난무하는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30여년 전에는 유튜브가 없었다. 이는 게임이 출시된 지 2시간 만에 게임평을 내놓거나 한국의 ‘양띵’처럼 게임을 재미있게 설명하는 블로거가 없었다는 얘기다. 유일한 방법은 게임기를 판매하는 곳에 나가 종업원에게 묻거나 ‘Crash’ ‘Zzap’과 같은 게임전문지를 들춰보는 것 뿐이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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