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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들은 왜 정치 권력을 탐하는 가

입력 : 2016-03-19 03:00:00 수정 : 2016-03-18 2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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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블룸버그·트럼프… 태국 친나왓 등 부자들
재산 지키고 이권 유지위해 정치판 뛰어 들어
유권자 매수·부정축재·권력남용 등 스캔들 빈발
자선 행위 조차 특정 목적 달성 위해 펼쳐와
재력·정치권력의 융합 민
대럴 M. 웨스트 지음/홍지수 옮김/원더박스/1만7000원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정치 권력 독점을 노리는 억만장자들에 대한 본격 프로파일링/대럴 M. 웨스트 지음/홍지수 옮김/원더박스/1만7000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정운영연구실 부실장 대럴 M 웨스트는 이 책에서 금권정치화하는 현실을 해부한다. 미국의 시민들이 헷갈리고 있는 ‘트럼프 현상’을 비판적 시각으로 풀이한다.

도널드 트럼프(사진)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 뛰어들어 갖가지 화제를 쏟아내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 지도부에게는 이번 대선이 8년 만에 정권 교체할 기회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본선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입김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상당하다. 그의 후원을 받지 못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부자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보다는 불평등한 사회를 더 선호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원더박스 제공
거부들이 경제력을 장악한 데다 정치 권력까지 거머쥐면 어떻게 될까. 마뜩잖게 보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갑부들의 권력 지향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11년간 뉴욕 시장을 지낸 미국의 마이클 블룸버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프랑스의 세르주 다소, 영국의 잭 골드스미스, 태국의 탁신 친나왓, 러시아의 세르게이 푸가초프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선거에서 대부분 이겼다. 이들이 지나간 노정에는 유권자 매수, 정치 권력 남용, 부정 축재 사례 등 스캔들이 적잖게 불거져 나왔다.

이렇듯 재력과 정치권력의 융합은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사회적 기회를 더욱 편중시킨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나에게는 집 네 채, 요트 두 척, 정치인 다섯 명이 있소.”

미국 억만장자들끼리 만나 건넨다는 유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을 철회하거나, 공직 후보자의 임명을 좌절시키는 것쯤은 워싱턴 정가에서 흔하다. 재력가 대신 완장을 차고 활개 칠 상원의원 한 명만 있어도 가능하다.

입맛에 맞는 법안 제정이나, 철회는 상원의원 정도면 간단한 작업으로 치부된다.

저자는 보통 미국 시민들은 이런 사례를 제대로 알 수 없으며, 알아도 어쩔 수 없는 게 미국의 현실이라고 한탄한다.

부자들의 권력 지향성은 투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58.2%였다.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부유층의 투표율은 99%였다. 부자들은 정치에 별반 관심이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일반인보다 정치 참여 욕망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무엇인가.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고, 이권 유지를 위해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상원의원들이 1% 거부들의 자문역 내지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상위 부자들의 자선 활동을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라고 일컫는다. 비영리 단체 활동을 지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다. 자선 활동의 본질을 흐트리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2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하여 16.3%를 득표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는 억만장자급은 아니나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부 실세들과 기업인들 간의 결탁이 크게 사회문제화됐다. 미국이나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밖에 저자는 ‘포브스’가 고른 세계 1645명 억만장자들을 유형별로 분석해 실었다. 이들의 재산은 모두 합쳐 6조4000억달러. 90%가 남성, 65%가 백인, 아시아계는 겨우 26%, 여성은 10%에 불과하다. 평균연령은 63세로 40세 이하는 2%에 그친다. 미국 국적자는 492명이며 다시 그중 111명이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한다. 중국인이 152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 27명, 일본 27명, 대만 28명 등의 순이다.

거부들을 배출한 사업 분야는 철강, 금융, 자동차, 광업, 에너지, 커뮤니케이션, 부동산이었고, 오늘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소매유통업이 부의 산실이 되고 있다.

미국 정치학회장을 지냈으며 현대 미국 지성으로 인정받는 하버드대 테다 스코치폴 교수는 “민주주의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부자들은 민주주의 발전보다는, 더욱 불평등한 사회를 바란다는 말은 과장일까.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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