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생사여탈권 있지 않아
돌보지 못할 극한상황 대비
언제든지 ‘SOS’ 받아줄
사회적 안전장치 강화해야 인간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끔찍한 아동학대 범죄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 아직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했고,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인 아동에 대한 무자비하고 잔인한 폭력과 살해는 인간이 도대체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비단 의붓자식에만 해당되지 않았다. 친자식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는 학대가 이루어졌다. 이에 재혼가정을 곧 아동학대 위험이 큰 ‘문제’가정으로 등식화하는 프레임은 적절치 않다. 설사 친부모가정에서보다는 재혼가정 등에서 아동학대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친부모가정 지키기라는 해법이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근본적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해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그동안 여러 가지 관련 조치가 행해졌다. 2014년 1월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돼 그해 9월부터 법이 시행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범죄를 형법상 다른 어떤 죄보다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피해아동과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 조치도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전후의 변화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법시행 이후 아동학대 신고사례 수가 증가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관 현장동행 증가, 아동보호격리조치 증가가 나타났으며, 가정법원은 청구된 사례 중 67%에 대해 임시보호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의 강화와 함께 사회적 지원체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 |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를 근절할 해법은 우리 사회 구성원 각각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가 아동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왜곡되면서 아동의 생명조차도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아동은 독립적 인격체이다. 부모가 여러 가지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으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는 그 요청에 적절하게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부모가 되는 준비 교육을 우리 공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성인식을 앞둔 고등학교 졸업식 이전에 성 평등한 건강한 부부가 되기 위한 교육,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교육이 다양한 교육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혼인신고나 출생신고 시에 즈음하여 새롭게 부모교육을 받은 경우에만 사회적 지원 인센티브를 받도록 해 부모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우리들의 아동을 지키는 인권지킴이를 자처해야 한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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