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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박 대통령이 나라를 구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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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9 20:56:57 수정 : 2016-03-29 2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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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공천 파동 후유증 커
복수극 악순환 피할 수 없어
총선 이후 나라꼴 위태위태
도 넘은 집안싸움 끝내려면
단절 위한 화해 메시지 필요
청와대 참모들 물갈이해야
술집에 매혹적인 금발 미녀가 들어왔다. 모든 남자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누가 그녀의 파트너가 될까? 남자들이 하나같이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해 금발 미녀에게 매달리면 결과는 뻔하다. 금발 미녀가 선택한 1명을 뺀 99명은 그날 밤을 쓸쓸하게 보내야 한다. 미국 수학자 존 내시의 삶을 그린 ‘뷰티플 마인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게임이론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파동을 보면서 내시의 ‘균형 이론’이 떠오른 것은 집권당의 도 넘은 권력다툼에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내시는 말한다. 술집의 남자들은 모두가 금발 미녀를 포기하고 갈색머리 여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남자가 파트너를 얻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시의 균형 이론은 최고를 위한 경쟁보다는 최선을 향한 협력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탐욕은 복수를 부르고 복수는 배신을 잉태한다. 악순환을 피하려면 복수하는 대신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얼마나 간명하고 합리적인 이론인가.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들이 알고도 보복 표적 공천을 밀어붙였다면 자신과 파당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들어먹어도 좋다는 간신 모리배나 마찬가지다. 

백영철 편집인
간신배가 득시글거린다는 증거는 부족하지만 새누리당의 복수 본능에 대한 증거는 생생하다. 구약성경에서 누구는 누구를 낳고 하는 식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2008년 4월 총선에서 친이명박계가 완장을 차자 친박계 후보들을 몰아냈고, 4년 뒤 2012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주도권을 잡자 친이계의 손발을 잘라 냈으며, 그 4년 뒤인 2016년 총선에는 잔존한 친이계뿐 아니라 박 대통령에게 밉보인 유승민 의원과 그의 친구들에게 복수의 칼을 휘둘렀다. 야당 때인 2004년, 2000년 총선에도 그랬으니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복수 공천극은 뿌리 깊은 병이다.

정치의 복수 드라마가 칼자루 잡은 자들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칙에서 확인된다. 2008년엔 잘린 친박후보들이 연대를 결성해 대거 생환했고 공천학살의 가해자인 이재오는 총선에서 낙선했다. 2012년 총선에서 친박계 후보들이 당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지만 19대 국회에서 친박계는 국회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분노에 찬 말들도 되풀이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8년 3월 “정당정치를 뒤로 후퇴시킨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였고…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는 없다”고 피를 토했다. 이 말은 8년 만에 유승민 의원이 되돌려주고 있다. 유 의원은 당에서 잘려 나가면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고 …제가 두려운 것은 정의로운 국민의 마음뿐이다”라고 받았다. 이처럼 복수극은 부메랑처럼 남을 찌른 칼이 나를 베는 칼이 되고 만다. 그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복수 공천극 막판에 ‘옥새투쟁’을 벌인 김무성 대표, 유승민·이재오 의원 등이 피해자이겠지만 얼떨결에 유탄을 맞은 사람들도 있다. 대구경북(TK) 주민들인데 이들은 한순간에 핫바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래도 새누리당 찍고 저래도 새누리당 찍을 것이라는, 무뇌아나 들러리로 취급 당한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충청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이 “TK 사람들, 이번에 한번 지켜보겠어!”라고 조롱 반 경고성 멘트를 날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분통 터지는 일이다. TK의 새누리당 지지도가 박 대통령 지지도와 동반추락하는 여론조사가 최근 나왔다. 이 흐름이 총선 결과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수의 칼을 휘두른 자들에겐 악몽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4·13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총선 이후를 생각하면 불안감이 커진다. 내시의 균형이론이나 복수극의 속성으로나 당한 자들은 되로 받으면 말로 되돌려준다. 가해자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니 총선 끝나자마자 집권당이 도박판처럼 살벌해질 것은 자명하다. 더구나 2017년은 대선의 해다. 야심가들의 운명을 건 대회전이 시작되면 정국이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안 그래도 한국은 10년이 되도록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2만달러대에 갇혀 있다. 북한의 치기 어린 지도자는 자폭성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은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청와대가 사분오열돼 권력투쟁으로 날을 새우면 국민은 어쩌란 말인가.

복수극을 단절하려면 박 대통령이 화합의 손을 먼저 내미는 게 순리다. 친박계에 파묻힌 채 남은 임기를 보낸다면 국정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5년 임기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은 숙명이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듯 오는 레임덕을 막을 도리가 없다. 조금이라도 레임덕을 늦추려면 총선 직후 봉건적 충성심만 내세우는 청와대 참모를 내치는 일부터 해야 한다. 공천파동은 뒤에서 조종한 일부 청와대 참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거국적이고 탈계파적인 사람들이 대통령을 보좌할 때 복수극은 줄어들 것이고 나라꼴은 정상을 회복할 것이다. 나라를 구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백영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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