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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비핵이 핵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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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31 20:13:40 수정 : 2016-03-31 20: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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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제재 몰린 북한의 핵
전략과 국가적 실패
우리의 꾸준한 비핵 노력
각국 지지·신뢰 얻어내고
든든한 핵억제력까지 확보
“한국에 무슨 전략가가 있습니까. 미국이라면 몰라도.” 1990년대 북한이 북·미 제네바 합의에 서명하고 난 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정치적·외교적 승리를 했다고 자화자찬하며 북한의 한 고위인사가 필자에게 한 질문이다. 나는 대답 대신 “그러면 북한에는 전략가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전략’이란 주어진 안보환경 속에서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6·25전쟁 이후, 특히 탈냉전 이후 환경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미국을 위협함으로써 미군을 철수시키고 적화통일하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데 무슨 전략가가 있다는 말인가.

북한은 핵보유 전략으로 일관했다.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대와 압력에도 선군정치와 수령체제 옹호라는 일념으로 민생을 포기하고 핵개발에 올인했다. 그 결과 핵무기는 보유하게 됐지만 북한의 안보는 더 불안해졌다. 국제제재가 강화된 결과 김정은 체제의 장래도 보장하기 힘들게 됐다. 남북한 관계는 파탄나고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세계의 핵 테러를 막기 위해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는 초청도 받지 못하고 세계의 이단아,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게 됐다. 이것은 북한정권이 핵무기 개발전략을 잘못 선택하고 추진한 결과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교환교수
반면 한국은 비핵전략을 선택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 1970년대 중반 핵무기 개발을 고려한 적이 있지만 곧 포기 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그 규범을 잘 준수해 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위협으로 안보가 불안해졌으나 한·미동맹에 근거해 핵개발을 하지 않고도 핵억지력을 얻게 됐다. 한·미가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확장억제위원회를 구성하고 북핵 위협의 공동 분석과 대처방안을 협의하고 훈련도 하고 있다.

한국의 핵 비확산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능력을 신뢰한 미국은 작년도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한국의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공동연구에도 합의하고, 한·미 간에 원자력과 관련한 고위 협의체를 정기적으로 가동시키기로 했다. 또한 세계의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핵안보정상회의를 한국이 개최할 것을 권유받아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53개국 정상이 모인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안보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북한이 핵안보정상회의를 방해하기 위해 미사일 시험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으나 마침 방한한 중국과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 저지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양자 및 3자 회담을 통해 북핵 저지를 위한 대책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공감대를 도출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핵 테러 방지체제를 확고하게 하는 데에 한국이 개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기 위한 공동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거듭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신뢰성 있게 제공되고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의 독자적인 억지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1968년 유엔 군축특별총회에서 결의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255호에 따라 ‘NPT회원국이 핵무기로 공격을 받을 때에는 NPT가 인정한 핵보유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이 즉각적이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에서 약속한 것처럼 러시아 등에게 지금의 북핵 사용협박에 대해 공동 대처하도록 유엔 안보리에서 외교활동을 더욱더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 보유 전략을 추진해 온 북한은 전략의 실패뿐만 아니라 국가적 실패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북한의 전략을 부러워하거나 따라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우리를 계속 지지하고 성원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똘똘 뭉쳐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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