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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의경제수첩] 양적완화 실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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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1 18:04:44 수정 : 2016-04-01 1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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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깜짝 공약 총선 이슈화
우리경제는 구조적 불황
돈 풀어서 해결되지 않아
빈말로 끝난 경제민주화처럼
선거 끝나면 없던 일 될 듯
한국은행에 거센 외풍이 몰아치고 있다. 금리인하 압력 정도가 아니다. 말로만 듣던 ‘양적완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리만 갖고 깨작거리지 말고 중앙은행이 화끈하게 돈을 풀라는 압박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 금융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역시 선거철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논쟁적인 아이디어가 여당에서 불쑥 공약으로 튀어나올 리 없다. 선거철이 아니라면 상당한 숙성기간을 거쳤을 것이다.

선거에서 효과는 있을 것이다. 당장 허전하던 정책 대결의 구도가 채워졌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에 맞설 새누리당의 간판급 경제정책은 부재 상태였다. 그 자리에 양적완화가 들어서면서 체급이 맞는 대결구도가 비로소 완성됐다. ‘꾀주머니’라는 별명답게 경제장관 출신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깜짝 카드’로 선거 국면을 흔들고 있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실행 가능성은 별개다. 숙성과정을 건너뛴 ‘깜짝 카드’는 선거용에 그칠 개연성이 짙다. 당내에서조차 논의가 이뤄진 게 아니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부와 한은은 “노코멘트”라며 함구하지만 부정적 기류가 읽힌다. 양적완화 실행 주체인 한은의 기류는 좀더 험하다. 곧 한은을 떠날 고위인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한은 노조에선 성명을 내고 “중앙은행 독립성의 중대한 훼손이자 최고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밥그릇’이 아니다. 단기시계에 갇힌 정치권력이 중장기시계로 운용되어야 할 통화정책을 주무르는 위험을 막기 위한 장치가 바로 중앙은행 독립성이다.

이런 저항선을 뚫고 양적완화를 밀어붙일 수 있을까. 그러려면 강한 돌파력이 필수인데, 이젠 그런 힘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 총선이 끝나면 박근혜 정권은 하산길이다. 정치권 시계는 대선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정권은 레임덕의 시공간에 들어선다. 친박·비박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당이 쪼개질 위험도 있다. 찍어내기와 패싸움의 막장극으로 치달은 공천 과정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정계개편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당장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친정의 공천 과정을 “악랄한 사천이며 비민주적인 정치숙청”이라고 규정했다.

양적완화가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건져낼 동아줄이냐는 의문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강 위원장은 “미국, 일본, 유럽이 양적완화도 했기 때문에 그 점을 보자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들의 성적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양적완화를 처음 시행한 일본은 따라하면 안 될 반면교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2001년 국채 등 안전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했는데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첫번째 실패인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2010년부터 다시 시작한 두번째 양적완화도 실패의 그림자가 짙어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로 돈을 풀고 풀어도 경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미 실패”라는 진단이 늘고 있다.

물론 실패 일색은 아니다. 시중에 풀린 천문학적 유동성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미국은 과감한 양적완화로 경기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던 일본과 달리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한 부채감축 등 구조개혁을 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작금의 경제위기가 돈을 푸는 것만으로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구조개혁 없이 돈만 풀면 좀비기업의 연명과 자산거품의 부작용이 경기회복 효과를 갉아먹게 된다.

우리는 어느쪽인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한국경제는 순환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침체”라며 “양적완화가 해결책일 수 없다”고 말했다. 숱한 비판에도 강 위원장은 꿋꿋하다. 야권의 공격에 “경제민주화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받아쳤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을 여당이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아이러니다. ‘최고의 포퓰리즘’ 혐의는 두고 보자. 선거 후 공약의 행방이 말해줄 것이다. 상기해보면 경제민주화 공약은 정권 출범 석달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류순열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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