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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가마솥 속 개구리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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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4 22:35:51 수정 : 2016-04-05 03: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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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매달린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어물쩍 3년’ 보낸
우리나라는
철옹성이라도 쌓아 두었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양적완화” 주장
정책 중심으로 삼아야
세계 경제에는 아우성이 요란하다. 10년 가깝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어 벌어진 유럽 재정위기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신흥국과 산유국도 벼랑으로 내몰린다.

상처는 왜 아물지 않는 걸까. 빚 때문이다. 불쑥불쑥 터져나오는 경제문제치고 어느 것 하나 빚과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다. 불어난 빚이 한계치에 이르니 돈 꾸기가 어려워진다. 쓸 돈도 없다. 그 결과 소비는 죽고 파산 문턱을 넘나들게 된다. 어느 나라든 가계도, 국가경제도 똑같은 처지다.

강호원 논설위원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통적인 방법이 있다. 긴축으로 빚을 줄이고,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약한 부분을 도려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늘 하던 수술 방식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도 이런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돈을 무지막지하게 푼다. 금리를 떨어뜨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돈을 찍어낸다. 그래도 안 되면 금리를 마이너스로 바꾼다. 은행의 수익성? 그런 것을 따질 정도로 한가했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턱도 없다.

왜 돈을 푸는 걸까. 빚 줄이는 방법은 세 가지다. 씀씀이를 줄이거나, 소득을 늘리거나, 돈 가치를 떨어뜨려 실질적인 빚의 총량을 줄이는 것.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전통적인 긴축 방식이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는 두, 세 번째를 목표로 한다. 미국, EU, 일본이 내건 ‘인플레 2%’ 목표. 돈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소한의 목표치다. 이 결과 주요국의 통화량은 2007년보다 3, 4배 불어났다. 아베노믹스 3년째인 일본은 본원통화량을 2013년 3월 146조엔에서 지난 2월 말에는 358조엔으로 늘렸다. 2.45배다. 자산가치 붕괴에 따른 파국을 막고, 빚의 실질 총량을 줄이는 정책이다.

통화전쟁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저마다 돈 가치를 떨어뜨리니 환율은 정상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이를 좇지 못하는 나라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가격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근린궁핍화 현상이다. “이웃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을 펴지 말라!” 웃기는 소리다. 제 배가 가라앉는 판에 옆집 배를 걱정하겠는가. 우리 경제는 바로 ‘궁핍화 함정’에 빠져 있다.

조선 수주절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조선 3사가 1, 2월 수주한 선박은 달랑 2척. 중국은 11척, 일본은 6척이다. 3월 추세도 똑같다. 원인은 뭘까. 가격경쟁력을 잃은 탓이다. 10∼20% 비싼 값에 누가 우리 조선사에 배를 만들어 달라고 하겠는가. 다른 수출산업 상황도 똑같다. 2월 말 이후 한 달 동안 원화 가치는 8.15% 올랐다. 오름폭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조금 가라앉으니 원화 가치는 궁핍화 쪽으로 다시 움직인다. ‘모두가 하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 결과는 이렇게 나타난다.

우리 경제 내부는 어떤가. “양적완화를 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이 아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다른 나라보다 높다.” 올해 물가상승은 공공요금이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담뱃값이 중심에 있다. 두 가지 모두 ‘억지 인상’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이런 물가를 두고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마당에 우리나라에는 철옹성이라도 쌓아 둔 것인가.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판에 정부 재정과 공기업 호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요금을 올리니 가계에 돈이 남아돌 리 없다. 가계부채 문제를 풀 방법도 마땅찮지 않은가. 수출이 곤두박질하니 “내수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언감생심이다. 물가 하락으로 빚의 실질 총량이 늘어나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들고 나왔다. 그만의 주장도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뒤처진 경제정책’을 걱정한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는 마뜩잖은 눈치다. 그럴 일인가. 정부와 한은은 지난 수년간 한 일이 별로 없다. 가장 열심히 한 것은 ‘눈치보는 일’이었다. 노동·규제·구조개혁도 말뿐이지 않은가. 무엇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까. 개구리가 삶겨진 뒤 “이제는 양적완화를 할 때”라고 외칠 텐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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