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가 남긴 유서의 내용은 절절했다. 유서에는 “장애 아이를 키우려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해 20년 동안 장애 아들을 돌보면서 겪었을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게 했다. 이 간부의 부인도 10년 전 장애 아들 양육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딸을 양육하는 조건으로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전상후 사회2부 기자 |
다운증후군에다 자폐증까지 보인 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과 학습능력이 떨어져 초등학교도 2년 늦게 입학했다. 이 간부는 지난달 초 특수학교(고교과정)에 아들을 입학시켰다. 그는 매일 오전 8시 아들을 셔틀버스에 태워 보냈다. 오후 4시 넘어 귀가한 아들은 아버지가 퇴근할 때까지 서너 시간 동안 장애인활동보조 도우미와 지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숨진 장애학생은 매월 104시간의 활동보조를 받았는데, 우리가 모르는 애로가 얼마나 많았겠느냐”며 “앞으로 한 부모 가정의 경우 좀 더 세밀한 돌봄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장군도 뒤늦게 장애 학생 돌봄계획에 허점은 없었는지 원인조사에 나섰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사후 약방문’ 격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 자녀를 돌보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부모를 고려하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상후 사회2부 기자 sanghu6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