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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또 구멍 뚫린 사회복지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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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5 19:21:47 수정 : 2016-04-05 19: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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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부산 기장군에서 홀로 장애 아들(장애 1급)을 키우던 경찰 중간간부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그가 남긴 유서의 내용은 절절했다. 유서에는 “장애 아이를 키우려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하지만 이제는 지쳤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해 20년 동안 장애 아들을 돌보면서 겪었을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게 했다. 이 간부의 부인도 10년 전 장애 아들 양육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딸을 양육하는 조건으로 이혼하고 집을 나갔다.

전상후 사회2부 기자
미숙아로 태어난 이 간부의 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한 달여를 지낸 후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다운증후군은 유전질환으로 발달이 더디며 지적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얼굴도 이상한 형태를 띠게 된다.

다운증후군에다 자폐증까지 보인 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지능과 학습능력이 떨어져 초등학교도 2년 늦게 입학했다. 이 간부는 지난달 초 특수학교(고교과정)에 아들을 입학시켰다. 그는 매일 오전 8시 아들을 셔틀버스에 태워 보냈다. 오후 4시 넘어 귀가한 아들은 아버지가 퇴근할 때까지 서너 시간 동안 장애인활동보조 도우미와 지냈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숨진 장애학생은 매월 104시간의 활동보조를 받았는데, 우리가 모르는 애로가 얼마나 많았겠느냐”며 “앞으로 한 부모 가정의 경우 좀 더 세밀한 돌봄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장군도 뒤늦게 장애 학생 돌봄계획에 허점은 없었는지 원인조사에 나섰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사후 약방문’ 격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 자녀를 돌보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부모를 고려하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상후 사회2부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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