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정미칼럼] 양당 체제 흔드는 영호남 민심

관련이슈 황정미 칼럼

입력 : 2016-04-05 21:25:53 수정 : 2016-04-05 21:25: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년 대선 셈법에
여야 리더십 사분오열
여당 텃밭 대구 판세 요동
둘로 쪼개진 호남 표심
양당 구조 균열 가져와
‘정초선거’ 기록하나
4·13 총선은 여러모로 희한한 선거다. 선거 철만 되면 쪼개졌다가도 합체하는 야당이 선거 직전 둘로 나뉘었다. 선거 때마다 혁신 깃발을 내걸고 반바지라도 입던 새누리당은 빨간색 점퍼만 다시 꺼내 입었다. 요즘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는 인물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최경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등이다. 이번 총선의 여당 총책은 박근혜 대통령인가, 김무성인가 아니면 대통령을 대신하는 최경환인가. 야권 총책은 김종인인가, 문재인인가, 안철수인가. 헷갈린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확실한 여야 총책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대위 대표, 민주통합당은 친노 대주주인 한명숙 대표였다.

김무성, 김종인은 최근 비슷한 말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직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 김무성은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종인은 지난달 26일 광주를 방문해 총선 후 거취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1, 2당 간판인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다르니 그 말을 한 연유도 다를 것이다. 김무성은 선뜻 자신의 ‘용 꿈’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하고, 김종인 발언은 ‘문재인으로 판이 정해진 건 아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공통된 건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 기상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내년 대선이 없었다면 이번 총선 구도는 지금과 달랐을 공산이 크다. 야권 연대, 보수 혁신과 같은 역대 선거 공식이 먹히지 않고 여야의 리더십이 사분오열된 이유는 대선과 관련이 있다. 친박 세력이 ‘하명 공천’ 비난을 무릅쓰고 비박계를 찍어낸 건 총선 이후 당권, 대권을 잡으려는 의도에서다. 김무성이 ‘옥새 들고 나르샤’ 영화 한 편을 찍은 것도 비박계 수장으로 대선 전초전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이 여당에 몸담았던 김종인을 영입해 ‘친노·운동권 색 빼기’를 시도한 것도, 안철수가 딴살림을 차리고 야권 연대에 빗장을 지른 것도 대권을 염두에 둔 탓이다.

이들의 운명은 일주일 후 갈릴 것이다. 여야의 지지기반인 영남, 호남 민심이 열쇠를 쥐고 있다. 출렁이는 텃밭 표심이 관심이다. 정권의 심장인 대구는 “구멍 나면 끝”이라는 최경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비박계, 야당 후보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공천 파동의 타깃이었던 유승민(동을) 의원은 새누리당 비공천으로 당선이 확실시되고, 낙천한 비박계 주호영(수성을) 의원도 우세한 편이다. 더민주의 김부겸(수성갑), 더민주 출신의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 우세 경향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심상찮은 대구 정서를 반영한다. 1996년 민자당 출신의 박철언 자민련 후보가 당선된 이후 대구에 야당 국회의원은 없었다. 부산·경남의 ‘낙동강 벨트’도 새누리당을 불안케 한다.

호남은 더민주, 국민의당으로 쪼개졌는데 국민의당 우세 지역이 더 많다. 흔히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적 투표’ 집단으로 여겨진다. 더민주 측 인사들이 수도권 지지율이 낮고 야권 연대에 부정적인 국민의당에 호남 유권자들이 결국 등을 돌릴 것이라고 낙관하는 근거다. 새누리당 견제를 위해 더민주 쪽으로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최근 추세를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지난 1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30%로 더민주(27%)보다 높았다. 창당 초기에 비하면 빠졌지만 더민주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이런 민심을 김종인 측이 전했다. “호남에서 ‘도로문재인당’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문재인 비토 정서’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영호남 민심의 균열은 양당 체제를 흔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호남을 근거지 삼아 20년 만에 제3당 원내교섭단체가 등장한다면 1, 2당이 누리던 기득권 체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복당을 다짐한 영남 무소속 후보들의 새누리당행도 미지수다. 이미 ‘복당 불가’를 밝힌 친박 측이 과연 “당에 돌아가 대통령 주변 간신들을 다 물리치겠다”는 유승민을 받아줄지 회의적이다. 새누리당 부산 지역구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장직을 마친 뒤 복당하지 않고 새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고 했다. 만일 영호남 선거 결과가 양당 체제 균열을 가져온다면 제20대 총선은 정치 지형을 바꾼 정초(定礎)선거로 기록될지 모른다. 영호남 지역구도를 만든 1987년 정초선거 체제가 지속된 지 올해로 29년째다.

황정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