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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권하고 금하고… 술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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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8 21:00:34 수정 : 2016-04-18 21: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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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맥주 이슬람권서 탄생 아이러니
부끄러운 한국 음주문화 이젠 바꿀 때
최근 중국의 한 직업학교 교사가 학생의 졸업시험으로 주량을 평가했다. 시험장 책상 위에는 시험지 대신 종이컵과 중국 전통술이 놓였다.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켜면 100점, 절반만 마시면 90점, 한 모금만 삼키면 60점, 입에도 못 대면 불합격이었다. 술을 못 마시면 영업을 할 수 없으니 음주량이 중요한 업무능력 평가대상이라는 것이 교사의 주장이다. 당연히 학부모들은 시험이 부당하다며 학교 측에 해당교사의 처벌을 촉구했다.

더 심각한 나라도 있다. 러시아 등 동구권 국가에서도 음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알코올중독자가 가장 많은 나라 1위에서 12위까지 모두 동구권이다. 추운 겨울 몸을 보온하기 위해 시작된 음주 전통이 의료, 사고, 범죄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도 성인 12명 중 1명꼴인 1760만명이 알코올 남용과 의존 상태에 빠져 있다.

정반대도 있다. 술을 금하는 이슬람 사회다. 7세기 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등장한 이슬람은 음주를 금기시하고 있다. 신학적으로는 알라의 명령이다. 알라의 계시를 집대성한 경전 쿠란도 술을 ‘사탄의 창조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슬람 국가와 사회를 건설한 무함마드의 통치철학이다. 이슬람 이전의 중동에서 음주는 일반적인 문화였다. 건조하고 황량한 사막에 살면서 같은 일상생활을 반복해야 했던 유목민에게 술은 지친 삶을 달래는 친구와 같았다. 문제는 날씨였다. 50도가 넘는 곳에서 과음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곤 했다. 더불어 쉽게 취하는 기후라는 점에서 술로 인한 사고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새로운 사회와 국가를 건설한 무함마드는 이런 병폐를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슬람 사회에서 음주문화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무함마드 사후 중동은 다시 세속적인 정권과 문화가 팽배했다.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술과 음악을 즐기는 주인공이 자주 등장한다. 현재도 57개 이슬람국가 중 3분의 2 이상이 술을 생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적인 몇 개의 나라 외에는 호텔 등에서 술을 판다. 자국에서 음주가 어려운 나라 사람은 바레인, 두바이, 레바논 등 개방적인 나라에 가서 회포를 푼다.

술은 이처럼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발전해 왔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수렵시대에는 과실주, 유목시대에는 가축의 젖을 이용한 유주, 농경시대부터는 곡주가 빚어졌다. 최초의 도시국가 문명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소수의 집권세력을 위한 와인이 제조되기 시작했고, 최초의 중앙집권국가 문명인 이집트에서는 대중을 위한 맥주가 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지역 모두 현재는 술이 금지된 이슬람 사회다. 인간이 만든 음주문화도 시대와 환경에 바뀔 수밖에 없다. 남성의 호탕함과 군대의 집단문화를 상징하는 우리의 음주문화도 이제 변해야 한다. 지난 2월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은 ‘만취한국’ 제목의 25분짜리 영상을 방영했다. 한국을 ‘세계 최악의 음주 문화를 가진 나라’로 소개했다. 아직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음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다. 인간과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바둑을 두는 시대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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