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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연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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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9 19:34:33 수정 : 2016-04-19 22: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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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합당, 대연정의 추억
개헌론 떠돌지만
인위적 정계개편으론
국민 공감대 못 얻어
상시적 협의체 구성
낮은 수준 협치부터
타협 정치 경험 축적해야
“선거 기간 중 간간이 보고를 받았는데 3분의 2 내외의 압승을 거둔다는 자신에 차 있었다. 아무리 못해도 과반수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너무나 의외였다. 여당이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는 여소야대의 어려움이 연출된 것이다. 나는 ‘원인 없는 결과 없다’면서 여당이 너무 과신하고 교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016년 20대 총선 얘기가 아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첫 여소야대 국회를 맞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증언이다.(조갑제, ‘노태우 육성회고록’) “하늘의 뜻으로 알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던 노 전 대통령은 ‘5공 청산’ 정국을 거친 뒤 1990년 3당 합당을 선언했다. 당시 YS를 따라 통일민주당에서 민주자유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뒤 SNS에 글을 올렸다. “노태우 정권은 3당 합당으로 대응했는데, 이번엔 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황정미 논설위원
김영삼·김대중정부에서도 여소야대 구도가 되풀이됐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여소야대 정국을 못 견뎌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제는 여소야대 구도로는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이 부닥치는 일이 많다 보니 생산적일 수가 없습니다.” 2005년 7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대통령의 편지’다. 이 글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대연정 공론화의 물꼬를 텄다. 3당 합당에 버금가는 ‘창의적’ 방법이었지만 한나라당 거부로 무산됐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무책임하고 헌법파괴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대연정 제안에 여당 지지층마저 돌아서면서 노무현정부의 레임덕만 재촉했을 뿐이다.

여소야대와 정계개편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낯익은 풍경이다. 그때는 국회에서 과반의석이 힘을 발휘했던 시절이다. 마음만 먹으면 법안 강행 처리가 가능했다. 하지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쟁점법안 처리의 문턱을 높여 놓은 국회선진화법으로 과반의석의 의미가 사라졌다. 새누리당이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을 복당시켜 원내 1당 자리를 다시 차지한들 과반도 안 되는 의석으로 해볼 만한 게 별로 없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몇 자리 더 가져간다고 국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19대 국회가 보여준 대로다.

사실 총선 전만 해도 여의도에는 개헌론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야권분열로 새누리당 압승이 점쳐지면서 친박근혜계가 주도하는 개헌 정국이 펼쳐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헌법학자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대구에 꽂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수군댔다. 친박 홍문종 의원이 총선 전 외치(대통령)와 내치(총리)를 나누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거론한 게 불씨였다. 한 정치권 인사는 “여권 내 내각제 개헌을 원하는 세력이 많은데 국민들이 대통령을 직접 뽑기를 원하는 여론을 감안해 이원집정부제를 과도기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거가 끝나니 일장춘몽이 됐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분노한 유권자들에게 권력구조 개편은 꺼내지도 못할 상황이다.

밀실에서 이뤄진 3당 합당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맡고 정당을 사당(私黨)처럼 다뤘던 ‘3김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노무현의 대연정이 실패한 건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해서다.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집권 반환점을 돈 데다 인기도 없는 대통령 손을 들어줄 리 없다. 16년 지속된 여대야소 구도를 깬 민심은 과거와 같은 인위적 정계개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소야대를 탓하는 건 스스로의 무능과 무책임을 자백하는 것에 불과하며 민주주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발상입니다.” 대연정 제안을 거부한 박근혜 대표 기자회견문의 일부다.

여소야대를 만든 민심에 걸맞게 정치를 정상화하는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국회 때 법안 처리 실적이 더 좋았다는 통계도 있다. 타협·합의 정치의 틀을 고민할 시점이다. 다양한 연정(聯政·연합정치)실험의 기회로 삼을 만하다. 내각제에서 흔한 정당연합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시적인 정책논의기구,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현실적 방안이다. 총선 핵심 공약을 기반으로 한 정책연대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런 타협 정치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야당에 인사 추천권한을 주는 등 보다 높은 수준의 연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권력과 책임을 나누는 분권만이 상생하는 길이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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