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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국칼럼] 파랑새를 내쫓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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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1 18:22:03 수정 : 2016-04-21 18: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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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는 대통령의 패배
부도 난 국민행복의 결과물
취임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소통·화합 나서야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3 총선 패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정부·여당의 오만과 불통이라는 주장도 있고, 경제 실패에 대한 응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시야를 좀 넓혀보면 어떨까. 오만과 불통과 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국민행복 차원으로 말이다.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부도 난 국민행복의 결과물이다. 국민의 행복이 후퇴했다면 행복을 약속한 대통령 쪽에 표를 던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사문화된 헌법 10조의 행복추구권을 정치 현장으로 불러냈다. 취임 일성으로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자”며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했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가 ‘희망의 복주머니’를 열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거나 차별 받는 비정규직에게 희망을 달라는 서민들의 소망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날 개봉된 복주머니는 365개 중 단 3개뿐이었다. 나머지 복주머니는 청와대로 가져가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아무 소식이 없다. 그 많던 행복의 복주머니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대통령의 의지가 흐려졌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오로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한 대통령이니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일전에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고 그 외에는 다 번뇌”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민의 행복감은 땅바닥이다.

물론 ‘대통령 혼자만의 잘못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이념으로 쪼개진 사회,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의 태도는 행복의 걸림돌임이 분명하다. 그 점은 백번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의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이념의 반대쪽, 정치권 저쪽에 있는 사람까지 포용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인 까닭이다. 남 탓을 해서는 소용이 없다. 외부로 향한 화살을 대통령 자신에게로 돌려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로부터, 집안에서부터 출발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옛말 그대로다. 대통령 집안을 보라. 바람 잘 날이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내편 네편’의 잡음이 불거진다. 여당 내에서도 친박과 비박 간에 드잡이가 벌어지더니 급기야 ‘진박(眞朴)’까지 출현했다. 온 동네가 대거리로 떠들썩한 판이니 경제와 민생인들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행복의 파랑새는 내 집 처마 밑에 산다고 했다. 그릇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한 집 안에서 파랑새가 어떻게 둥지를 틀 수 있겠는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번 총선 패배는 새누리당의 참패가 아니다. 대통령의 명백한 패배다. 선거 패인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대통령과 잇닿아 있다. 이런 처지에서 대통령이 열심히 보고서를 읽고 국정을 챙긴다고 해서 국민의 행복감이 높아질까. 보고서의 서류 더미 속에는 파랑새가 살지 않는다. 오히려 보고서 바깥에 산다. 행복은 국민과 어우러지고 소통하는 그곳에 있다. 진박을 넘어 비박과 야당까지 포용하는 거기에 존재한다. 대통령은 지금 길을 잘못 가고 있다. 엉뚱한 길은 가면 갈수록 행복과의 거리만 멀어질 뿐이다. 빨리 돌아오는 게 상책이다.

대통령의 길은 혼자 걷는 오솔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걷는 한길이어야 한다. 소통과 화합이 필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야당의 정적에게도 “위스키 한잔 하자”고 제안한다고 한다. 나와 통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싫어하는 사람과 어깨를 맞대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고 화합이다. 대통령은 권력의 주인인 국민에게 국정을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그 의무를 방기했다. 이제는 불통의 차양을 걷고 소통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스스로 낮은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를 수 있다.

대통령은 광화문광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취임 당시 국민에게 희망의 복주머니를 열던 그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광장을 떠난 파랑새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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