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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매혹의 만남 퐁피두센터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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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2 20:12:19 수정 : 2016-04-22 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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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고향 말라가 이어
해외선 두 번째 2017년 설립
최고 수준 미술품 만날 기회
문화향취 묻어나는 서울 돼야
세계 속의 매력도시로 도약
프랑스 퐁피두센터 서울관이 내년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파리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이 센터에는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이 들어 있는데 분관인 셈이다. 현대미술의 제왕이라 할 피카소의 고향 스페인 말라가에 이어 해외에서는 두 번째로 설립되는 것이라 한다. 전통의 일본과 규모의 중국을 제치고 서울에 퐁피두 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도 미처 모르는 새 유럽인의 눈에 아시아의 역동적 변모와 성숙의 상징으로 우리의 수도 서울이 부각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현대미술의 성지가 뉴욕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파리는 르네상스 이후 서양미술의 영원한 수도였다. 특히 낭만주의로부터 시작해서 인상파를 거쳐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전위의 현대미술은 대부분 파리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 유럽이나 프랑스를 잘 모르는 사람조차도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 거기에 더해 퐁피두센터의 이름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관광객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철화 문학평론가
루브르는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특권계급에서 뺏다시피 한 문화재와 예술품을 모아 보관하는 데서 탄생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1848년 2월 혁명까지의 유물과 미술품을 담고 있다. 오르세는 파리에 석탄을 실어 나르던 폐쇄된 기차역 건물을 변모시킨 것으로 1848년부터 인상파까지의 미술품을 보존·전시하고 있다. 이 둘은 프랑스가 세계 미술을 좌지우지하던 시대의 유물로 프랑스의 영광을 고스란히 새기고 있다.

그에 반해 퐁피두센터는 파리 한복판의 재래시장을 재개발한 것으로 그 안의 국립 현대미술관은 20세기 현대미술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곳이다. 소장품의 규모와 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데 1960년대 말 시작돼 70년대에야 완성을 본 이 건물은 프랑스의 국력이 이전만 못하고, 파리 역시 더 이상 현대예술의 수도가 아니라는 자각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파리에서 가장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시장이 위치해 있던 도심을 내버려두고서는 매력적인 파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19세기 중반, 당시 파리 시장 오스만 남작이 중세풍의 낡은 도시 파리를 근대도시로 변모시켰다면, 한 세기 뒤 퐁피두는 도심 재개발을 통해 더 매력적인 현대도시 파리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퐁피두센터는 그런 노력의 문화적 결실이다.

퐁피두센터 설립을 주도하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을 내준 조르주 퐁피두는 총리와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이다. 전직 교사 출신인 그는 무엇보다 시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평소 3000편의 시를 외운다고 자랑한 그는 현역 정치인 시절 기자들이 곤란한 질문을 던지면, 즉석에서 시를 암송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곤 했다. 그러면 기자들은 그 시의 숨은 뜻이 무엇일지를 즐겁게 해석하곤 했다. 정치인 이전에 예술을 사랑한 사람으로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이 센터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 일에 논란이 없었다. 오히려 예술에 관한 한 최고라는 자부심에 가득한 프랑스인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랬기에 시장에 이권을 가진 상인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퐁피두센터의 서울 분관 설립이 단순히 서양 현대미술품의 관람이라는 소극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압축적 근대화를 통해 경제적 부를 축적했지만 사실 서울이 문화적으로 풍성하고 사랑스러운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모자람이 있다. 북한산과 한강이라는 뛰어난 자연 콘텐츠에 더해 문화 예술의 향취를 더해야 우리의 일상은 좀 더 충만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일상을 사랑할 수 있어야 세계인들 역시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로 인지하고 찾을 것이다. 한번 더 일상의 매혹을 돌아보는 계기로 퐁피두센터 서울 분관 설립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다.

박철화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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