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영고에서 만난 최연소 국가대표 박지수(18·분당경영고 3)는 키가 여느 성인 선수들보다 훨씬 크지만 얼굴은 아직 앳된 모습이다. 하지만 각오만큼은 다부졌다.
박지수(분당경영고3)가 2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영고 체육관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이재문 기자 |
박지수는 박찬숙-정은순-정선민을 잇는 국보급 센터가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키가 195㎝인 박지수는 골대 밑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에게 위협적이다. 지난 4일 인천 신한은행에서 뛰던 하은주(33·202㎝)가 은퇴하면서 이제 국내 최장신 센터 타이틀은 박지수에게 넘어왔다. 박지수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전날 친구와 대화하던 중 내가 제일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직 실감은 안 난다. 키는 크지만 그에 걸맞게 농구를 하지 못해 고민이다”고 털어놓았다.
2013년 청솔중에 재학 중이던 박지수는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 대표 예비명단에 들면서 단숨에 주목받았다. 최종 명단에는 빠졌지만 이듬해 8월 대표팀에 선발돼 존스컵과 9월 세계선수권을 누볐다. 역대 최연소(15세7개월) 농구 국가대표 기록은 이때 세웠다.
박지수는 국내 고교 무대에서는 매번 자신보다 10㎝ 이상 작은 또래들과 맞서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쓴맛을 봤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일본 센터 도카시키 라무, 중국의 황홍핀, 그리고 자신보다 키가 월등히 작은 태국 선수들에게까지 골밑자리 싸움에서 밀리는 굴욕을 당했다.
박지수는 “정말 많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며 “항상 잘하다가 지난해 유독 성인 대표팀은 물론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잘 못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자괴감에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박지수는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1년 동안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중국과는 이번에 다시 붙을 수도 있는데 지난해보단 더 잘 맞설 것 같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이제는 조금 적응했지만 대표팀 합숙생활은 박지수에게는 쉽지 않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진천선수촌 등에서 합숙한다. 언니들이 잘 챙겨주지만 또래가 없어 마음 편히 수다라도 떨 수 있는 상대가 없는 점은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는 “배구에서 이재영(흥국생명)·이다영(현대건설) 쌍둥이 자매는 친구이자 가족이다. 진천에서 보는데 정말 부러웠다”며 “언제쯤 친구가 들어올까 한 번씩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농구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만큼 짊어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 감독은 “아직 18세 여고생인데 신체조건이 좋다 보니 외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아직 아마추어 선수인 만큼 부족하더라도 질책보다는 따듯한 격려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박지수는 “그동안 어리다고 격한 훈련에서는 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안 빠지겠다”며 “열심히 한 번 버티면서 올림픽 진출에 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성남=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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