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최상위권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의예과나 의과대학 등 의학계열 수시전형을 희망한다. 하지만 내신이 최상위권임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끝내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다. 탈락률이 40∼60%로 추정될 정도다. 의학계열 수시전형에서는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추는 데 합격, 불합격이 갈리게 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부소장은 “가령 서울대 지역균형발전 전형을 보면 전교에서 1, 2등을 하면서도 수능 3개 2등급을 맞추지 못해서 많이 떨어진다”며 “내신성적이 충분해 의예과를 지망하지만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방 소재 학교의 학생들이나 일반고 학생들은 전략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능 성적대가 높은 특수목적고등학교나 자립형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은 그만큼 내신이 좋지 않아 정시를 공략하고 의예과 수시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때 일반고 학생이나 지역에서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은 의학계열 수시전형에 적극 지원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학습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과학탐구 영역에서 타 대학들이 한 과목을 보지만, 의대는 보통 2개 과목 평균을 계산한다는 점도 특히 주목해야 한다.
김 부소장은 “의학계열 지망 학생들 중에는 과학탐구영역의 4개 과목 중 한 과목은 잘 봐서 1등급을 받지만 다른 한 과목은 3등급을 받고 평균 2등급이 되는 학생이 많다”며 “이 또한 의학계열 수시전형 지망 학생들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 맞추기가 쉽지 않게 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열 수시 전형에서 많은 학교에서 3개 1등급이라는 높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을 위한 대비만 충실하게 해놓는다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투스교육평가연구소와 강남하이퍼학원 대표강사들이 수능 영역별로 3개 영역 1등급을 받기 위한 핵심 학습전략을 조언했다.
김 부소장은 올해 수능에서 최대 변수가 국어영역 통합이라고 봤다. 국어의 수준별 선택형 폐지는 응시 집단의 증가를 불러오고 이는 일반적으로 등급 충족 인원의 증가와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학계열을 지망하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입장에서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봤다.
수준별 선택형 수능으로 치러진 국어 A형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인원수와 통합 국어 1등급 내 자연계열 인원수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 국어 1등급 내 자연계열 인원수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다면 상위 3개 영역을 활용하는 의대 수시 지형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 인원의 감소로 실질 경쟁률이 하락할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의대 수시 전형에 지원할 생각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자신의 국어 학습 완성도와 양을 고려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최규백 강사는 “화법, 작문의 경우 유형 반복학습을 통해 풀이시간을 절약하고 문법은 기본개념을 먼저 완성하고 실전 문제를 통해 확인 적용하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학은 선택지에 쓰인 개념어를 작품과 비교해 학습해야 하고 국어A/B 통합 이후 나타난 고전시가의 고어표기와 직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독서는 2개 지문 정도 난해한 지문이 출제되므로 평상시 정보량이 많거나 깊이 있는 지문은 단락별 개요를 작성한 다음 2~3문장의 주제문으로 요약,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외로 어휘문제를 자주 틀리니, 국어사전을 참고해서 단어의 뜻을 정확히 확인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내신성적이 우수하지만 상대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낮은 일반고나 지역 소재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전략적인 대비로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하면 의학계열 수시지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사진은 가톨릭대 의대 학생들이 교내 스타트 의학시뮬레이션센터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가톨릭대 제공 |
수학은 개정과정으로 바뀐 첫해이므로 교육청, 평가원 모의고사를 통해 바뀐 교육과정에 맞춘 문제의 방향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우선 문제를 정확히 읽고 문제를 파악하는 연습부터 시작한 후 알고 있는 개념을 다양하게 적용해 보면서 다른 풀이를 생각해 보거나 기출문제에 적용된 개념을 정리해 보는 공부를 하면 깊이 있는 공부가 된다.
기출문제를 보되 새 교육과정에 일치하는 문제를 찾아 풀어보고 푸는 데 필요한 개념이나 필수요소를 정리해야 한다. 김근욱 강사는 “매일 일정한 양을 공부하되 타 과목과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핵심포인트”라고 짚었다.
◆영어는 완벽한 EBS 연계학습
최상위권 수험생이라면 기출문제를 어느 정도 소화하며 정답의 근거를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철저한 분석을 통해 오답이 오답인 이유 역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EBS 지문의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는 것을 지양하고 본문의 정확한 해석과 분석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또한 빈칸, 순서, 삽입 등 고난도 비연계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는 수능과 비슷한 논리와 타당성을 갖고 있으며 내용이 추상적인 좋은 문제들을 구해 고난도 비연계 적응력을 높이는 게 좋다. 정용호 강사는 “영어에서 최상위권 학습전략은 철저한 기출 분석, 완벽한 EBS 연계 학습, 고난도 비연계 대비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과탐은 1, 2등급 구분용 문제 철저 대비해야
우반석 강사는 “전체적으로 과탐은 개념에 대한 원칙을 명확히 하고 기출문제를 접하면서 수능 경향을 반드시 익히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리와 화학은 개념이 정해진 원리 과목이다. 정해진 개념은 그대로 수능에 반영되므로 꼼꼼히 정리하고 암기해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문제여도 당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리가 정해져 있어 1~2등급 구분용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강하다. 고난도 문제는 수학적 방정식을 통해 풀어내야 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참고하도록 하자.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은 개념에 현상을 접목한 과목으로 기본개념을 꼼꼼히 준비한 후 현상이나 자료를 분석하는 문제가 고난도로 출제된다. 처음 보는 자료에 당황하지 않고 분석해 나가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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