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서정민의세계,세계인] 거덜난 석유부국 베네수엘라

관련이슈 서정민의 세계, 세계인

입력 : 2016-05-02 20:04:25 수정 : 2016-05-02 20:04:2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베네수엘라가 한시적으로 공무원 ‘주 2일제’ 근무를 도입했다.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표준시도 30분 앞당겼다. 전력난 때문이다. 엘니뇨현상으로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수력발전에 차질이 생겼다. 국민과 야권은 정부의 무능을 지탄하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 많은 석유를 가지고도 화력발전소를 충분히 건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저유가에 대비하지 못해 경제가 파탄난 것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한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인 석유 부국이다. 1918년부터 석유를 생산했다. 원유매장량이 세계 1위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남미 국가 중에서는 빠른 경제성장도 기록했다. 고유가 시절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반미 국가의 좌장역할을 하며 떵떵거렸다. 미를 추구하는 호화로운 생활도 일부 계층에 만연했다. 세계미인대회에서 최고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미인의 나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저유가에 베네수엘라는 몰락했다.

베네수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석유 부국이 심각한 경제 및 재정위기에 처해 있다. 이 중 베네수엘라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생필품이 부족해 폭력사태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유가로 정부재정이 부족해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난해부터 물가가 약 700% 올랐다. 정부는 올해 2월 휘발유 가격마저도 60배 올렸다.

천연자원에 의존한 취약한 경제를 일컫는 이론으로 ‘지대추구형’(rentier) 모델이 있다. 아파트 세를 받듯이 쉽게 버는 돈 지대(rent)에 의존하는 경제다. 천연자원이 대표적인 지대다. 베네수엘라, 사우디 등 산유국은 유전개발을 국제입찰을 통해 다국적기업에 맡긴다. 유전개발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산이 시작되면 계약에 따라 다국적기업은 보통 30∼50년간 생산량의 10% 정도 몫을 받는다. 산유국 정부는 나머지 90%를 받는다. 쉽게 버는 돈이다. 사실상 투입은 거의 없는데 산출이 생산된 원유의 90%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막대한 외화를 쉽게 벌어들인다. 낭비되기 쉽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가장 큰 비중이 천연자원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국가가 최대 생산자가 된다. 모든 유전은 국가 소유다. 국가주도형 경제가 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영향력하에 있고 경쟁체제가 아닌 공공부문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다.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으니 권력이 집중되고 부패가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차베스, 푸틴, 살만 국왕 등 권위주의적 정부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

또 정부가 최대 분배자가 된다. 비대한 공공부문은 국민을 채용해 먹여 살린다. 세금이 없거나 지극히 낮다. 국민 복지를 위한 보조금으로 막대한 재정이 지출된다. 근로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도 제조업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산업을 회피한다. 대부분 물품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취약한 경제구조다. 우리도 최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유국과는 다른 경제구조를 가졌지만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조정이 필요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