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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 법률이야기] 상속포기 덜컥 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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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03 22:13:09 수정 : 2016-05-03 22: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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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인 자녀까지 권리·의무 공동책임
법리 까다로워 전문가와 상의 바람직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상속인에게 사망자의 금융자산·부채 정보를 알려주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가 강화된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2일부터 서비스 대상기관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는 ‘노란우산공제’ 추가 실시에 들어갔다. 7월부터는 대부업체도 조회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므로 대부업체 빚도 상속인이 조회 가능하게 된다.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에 의해 피상속인의 모든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권리만 상속되면 좋겠으나 의무도 함께 상속되므로 사망자가 채무를 많이 남긴 경우에는 상속인 보호가 문제 된다. 민법은 한정승인, 상속포기 제도 등을 둬 상속인을 보호하고 있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피상속인의 채무나 증여를 갚을 책임을 지는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것이다.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상속받은 채무를 변제하면 되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채무는 변제할 필요가 없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승계를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재산상속에 관하여는 상속포기의 자유가 인정된다.

그런데 상속을 포기할 때 조심할 점이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통해 알아보자. 갑은 2010년 8월6일 사망했고, 사망 당시 유족으로 배우자인 을, 자녀인 병·정, 손자녀인 A·B·C가 있었다. 을·병·정은 갑의 채무가 많아 상속을 포기했다. 그러자 갑의 채권자가 손자녀인 A·B·C를 상대로, 그들이 갑의 상속인임을 이유로 채무변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갑의 채무로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한 을·병·정으로서는 자신들의 자녀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에 크게 당황했다. 채권자의 이러한 소제기는 정당한가.

민법상 법정상속 순위는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이다. 배우자는 좀 다르다. 직계비속, 직계존속 순위에 해당하는 상속인이 있다면 그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 직계존속 순위 상속인이 없다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 받게 된다. 동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 있을 때에는 근친자가 우선순위가 된다. 그리고 선순위자가 상속을 포기하면 차순위자가 상속인이 된다.

이 법리를 위 사례에 적용하면, 갑의 사망 시 상속 1순위자는 직계비속인 자녀 병·정, 손자녀 A·B·C가 되나, 병·정이 A·B·C 보다 갑의 근친자이므로 이들이 갑의 배우자인 을과 함께 상속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선순위인 을·병·정이 상속을 포기했으므로 차순위자인 A·B·C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이에 이 소송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을·병·정은 자신들만 상속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차순위자인 자녀 A·B·C도 함께 상속포기를 하게 했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례와 같이 상속의 법률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이와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상속인이 조회서비스 이용 후 상속 법률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접수증에 안내 문구를 추가했다고 한다. 좋은 시도이기는 하다. 그러나 단순한 안내문구만으로는 복잡한 상속의 모든 경우를 다 담아 법리적 해석까지 하기는 어렵다. 전문가와 상의하고 처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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