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변환철의법률이야기] 대출 낀 전세금 무심코 돌려줬다간…

관련이슈 변환철의 법률이야기

입력 : 2016-05-17 21:57:06 수정 : 2016-05-17 21:57: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입자에 다 주면 질권은 집주인 책임
권리는 자신이 지킨 만큼 가질 수 있어
주택에 대한 전세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은 주택을 명도해 주고 임대인은 동시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게 된다. 이는 임대차계약 법리상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면 임대인이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수도 있다. 이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임대인으로서는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잘 따져 봐야 한다.

부동산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는 일은 흔하다. 그런데 민법은 남에게 돈을 받을 권리(채권)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방법도 마련해 두고 있다. 즉 채권에 대해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인 ‘권리질권’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채권에 설정된 권리질권은 저당권과 유사한 기능을 하게 된다.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다. 갑은 2011년 7월 을의 아파트에 대해 전세금 1억6000만원을 지급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갑은 전세계약을 체결할 무렵 캐피탈사인 A에 전세보증금 대출을 신청해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갑은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을에게 전세보증금 대출 사실과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해 A에 권리질권을 설정하겠다고 알렸고, 을도 이를 승낙했다. 하지만 갑은 2013년 9월 대출금을 갚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 을에게 이사를 나가겠다고 말해 을로부터 전세보증금 중 1억4000만원을 반환받았다. 그런데 갑은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으로 A의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고 자신이 소비해 버렸다. 이에 A는 갑이 전세보증금에 대해 권리질권을 설정하고서도 을로부터 이를 반환받아 소비함으로써 A는 을로부터 전세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갑을 배임죄로 고소했다.

이 재판을 담당한 1·2심 재판부는 갑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A가 집주인인 을에게 전세금에 대한 담보설정 사실을 통지하고 을이 담보설정을 승낙한 경우에는 을이 갑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에 있어서 A의 동의가 없었다면 A는 여전히 을에게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서 채무자나 제3자로부터 받은 담보물권인 ‘질권’을 행사해 전세보증금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있다고 봤다.

민법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권에 권리질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질권설정자가 제3채무자에게 질권설정의 사실을 통지하거나 제3채무자가 이를 승낙한 때에는, 제3채무자가 질권자의 동의 없이 질권의 목적인 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로써 질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질권자는 여전히 제3채무자에 대해 직접 그 채무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353조 제2항, 제3항). 이 대법원 판결은 규정에 따른 온당한 판결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A는 여전히 을에게 전세보증금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반면, 을은 전세보증금을 이미 갑에게 반환했다는 이유로 A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결국 A는 아무런 손해가 없고, 을만 2중으로 전세보증금을 지급해야 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을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전세보증금에 권리질권이 설정된다는 사실을 통지받았고 승낙까지 했으므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권리는 자신이 지킨 만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