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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기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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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4 21:54:45 수정 : 2016-05-24 21: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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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망각한 탐욕… 정도경영으로 돌아가라 기업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란 조직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곳이다. CSR의 시초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철도·철강·석유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산업을 중심으로 태동한 산업자본이 탈법적으로 부를 쌓으면서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규제에 나서자, 기업들은 마지못해 기부와 사회사업을 통해 소비자들을 배려하고 현안을 해결하려고 나선 것이다. 소극적 액션에 그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1953년 뉴저지 법원의 ‘AP스미스사 재판’이다. 재봉틀 제조사인 이 회사가 프린스턴대학에 1500달러를 기부한 게 발단이다. 한 주주가 “주주 몫을 대학에 나눠줘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기부행위가 기업이익과 상관없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리 목적인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전통적인 미국의 경영가치를 무너뜨린 판결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지 않아야 하고 공익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최근 우리 주위는 어떤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기업윤리의 추악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물론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오너 일가의 갑질 횡포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4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옥시 대표이사가 떠밀리다시피 보상안과 함께 사과했지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5년이 흐르는 동안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려는 노력도 없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김기동 산업부장
폴크스바겐과 미쓰비시에 이어 닛산과 스즈키 등 자동차 업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연비나 배출가스 스캔들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신뢰는 곤두박질쳤고, 힘들게 번 돈을 천문학적인 배상금에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지난달 연비조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15.2% 폭락하는 등 일주일 만에 시가총액이 4조원이나 증발, 회사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MBK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이나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과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기사 갑질 횡포는 반기업 정서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고 파이는 작아지면서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자연스레 기업은 경비를 줄이려 하고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윤리적 수단을 동원해 돈을 벌겠다는 ‘독버섯’은 거기서 자란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윤리경영이 무너지면 기업의 가치가 무너지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기업윤리를 등한시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탐욕은 기업의 생명을 갉아먹는 행위다. 한번 얻기는 힘들어도 잃기는 쉬운 것이 ‘신뢰’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지금이 기업들로서는 정도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적기다. 기업들의 처절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있어야 한다.

김기동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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