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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관계인들의 '감사편지' 12통 받은 검사

입력 : 2016-05-24 21:26:26 수정 : 2016-05-24 2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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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수 대검 연구관, 신임검사들에게 '공감·감동의 수사' 교육

“사건 종결 후에도 직접 전화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적극 응원해준 검사님의 세심한 배려에 가장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매회 재판을 마치고 짧은 시간이나마 저희 피해자들과의 면담에 응해준 것이 무엇보다 고마웠습니다.”

2014년 벽두부터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건. 대학 신입생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끔찍한 사건의 수사·재판을 담당한 정광수(43) 검사는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사건이 종결돼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뒤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피해자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검사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어려운 직업이다. 흔히 검사 하면 범죄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요, 피해자들에겐 ‘정의의 화신’일 거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범죄자들은 “검사가 무고한 시민을 괴롭힌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피해자들은 “검사가 우리 말은 안 듣고 범죄자 편만 든다”며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대검찰청은 최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들을 대상으로 ‘당사자가 공감하고 감동받은 수사 사례 및 기법’이란 독특한 교육을 실시했다.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다수의 감사 편지를 받은 정 검사가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수사 경험을 들려줬다. 사법연수원 34기인 정 검사는 2005년 검찰 생활을 시작한 12년차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등을 거쳐 현재 대검찰청 연구관으로 재직 중이다.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사건 관계인들로부터 12통의 감사 편지를 받았다는 정 검사는 본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건 관계인에 대한 응대 자세, 조사 기법, 상대방과의 신뢰 형성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신임 검사들은 정 검사의 경험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건 당사자가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수사 기법이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구속 피의자 조사 시 피의자의 범행에 대해 추상같이 밝히면서도 조사가 끝난 다음에는 구속 수감으로 인해 불편한 점들을 세심하게 배려해줘 당사자의 공감을 얻고 감동을 받게 했습니다.”

 “체포 후 반말과 강한 거부감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마저 보인 피의자로 하여금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만과 불평을 모두 털어놓도록 하고 이를 경청한 후 가족이라는 공통 화제를 가지고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범행 일체를 자백받고 추가 공범 제보까지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어린 아이 세 명을 기르고 있어 면회조차도 어려운 피의자의 부인에게 안부를 묻는 등 가족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피의자의 마음을 움직여 범죄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받았습니다.”

정 검사가 자신이 받은 편지를 한 통씩 읽고 그 사건 관계인과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때마다 신임 검사들 사이에선 ‘아’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검사라는 게 그런 직업이구나 깨달은 듯 무릎을 탁 치는 검사도 있었다. 강의가 끝난 뒤 신임 검사들은 정 검사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강의에서 정 검사가 강조한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존중 △상대를 알기 원하는 자세 △실체적 진실 발견 의지 3가지였다. 정 검사는 “가장 기본적인 존중은 경청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한다”며 “사건 처리나 수사 성과에만 관심이 있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도움을 줌으로써 상대방의 공감 및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검사는 사회복지사가 아니다. 피의자에게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어도 죄를 지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사건 관계자 개개인의 신상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의 실체다. 정 검사는 “검사의 실체의 진실 발견 의지가 사건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며 “검사의 업무는 실체 진실 발견에 대한 열망에서 시작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대검은 정 검사 강연의 교육 효과에 몹시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대검 관계자는 “오는 8∼9월 중 사법연수원 출신 신임 검사 대상 교육, 11∼12월 중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신임 검사 대상 교육 때에도 ‘공감과 감동의 수사 사례·기법’ 강연을 실시할 것”이라며 “그를 통해 신임 검사들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 인권의식 강화에 힘쓰고,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 또한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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