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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욕심쟁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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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9 22:06:45 수정 : 2016-06-16 07: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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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 모르고 살면 낭패 당해
‘거울 역할’ 다양한 장치로 성찰해야
이솝우화에 너무나 잘 알려진 ‘욕심쟁이 개’라는 것이 있다.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뜻하지 않게 고기를 얻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려고 집으로 가던 중 잔잔히 흐르는 개울 위의 다리를 건너게 됐다. 무심코 다리 밑을 내려다본 순간 개 한 마리가 고기를 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욕심이 난 개는 그 고기까지 빼앗을 요량으로 다리 밑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리 밑의 개는 없어졌고 입에 물었던 고기까지 놓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어린이들에게는 욕심을 부리면 결과가 안 좋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우화가 인격화한 동식물을 통해 풍자나 교훈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듯 이 우화에는 읽기에 따라 여러 교훈이 숨겨져 있다. 먼저 주인공 개는 개울에 비친 개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개울에 비친 개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먹음직스런 고기를 물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훨씬 더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개는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욕심을 냈다가 결국 자신의 고기마저 잃고 말았다.

이 우화는 개를 빗대어 자신의 모습을 모르고 살아가면 결국 큰 낭패를 본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사람이 다른 동물하고 다른 점은 바로 거울이나 개울에 비친 모습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해 볼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나’라고 뚜렷이 인식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최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들도 어렴풋이 ‘나’를 인식하는 것 같은 결과를 보인다고 밝혀지고 있지만 사람만큼 뚜렷이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나’라고 인식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사람만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예술과 학문을 포함한 인간이 창조해낸 모든 문화와 문명은 바로 자신의 참모습을 알아내려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개는 자신이 누구인지, 남들은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또 앞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필요 없이 목전의 본능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행동만을 할 수밖에 없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상하고 제어할 능력도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무모하게 살아갈 뿐이다.

우리에게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장치가 있다. 그리고 외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의 모습까지 비춰 주는 거울이 많이 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든지 ‘부인은 남편의 거울’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자녀나 배우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준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이 다 거울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타산지석’의 경지에까지 이르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반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지고 있어도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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