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글로벌 리포트] 시간·비용 절감… 유럽행 ‘북극항로’ 뜬다

관련이슈 글로벌 리포트

입력 : 2016-05-31 19:31:47 수정 : 2016-06-01 11:07: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주목
2015년 7월 CJ대한통운은 중장비 4800t을 싣고 아랍에미리트(UAE) 뭇사파항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51일 만에 러시아 서시베리아의 사베타항에 도착했다. 북극 빙하가 녹으며 탄생한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인 북극항로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주목받는 북극항로


북극항로는 북극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며 탄생한 기후변화의 뜻하지 않은 선물이다. 크게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와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가 있다. 북동항로는 서태양평에서 시베리아 북쪽 해안을 거쳐 유럽과 연결되는 항로다. 북서항로는 동태평양의 북미 대륙 서안에서 북미 대륙 북쪽을 거쳐 대서양을 통해 유럽과 연결되는 항로다.

정부는 한국과 유럽을 잇는 뱃길로 북동항로를 중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선박이 다니려면 항구, 기름 공급, 재난대비 시스템 등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소련 시절부터 인프라가 세워진 북동항로와 달리 북서항로는 인프라가 부족해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새로운 뱃길 이용은 아직 만만치 않다. 국제공유지인 남극과 달리 북극은 1982년 제정된 유엔해양법에 따라 북극 연안의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러시아 5개국에만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인정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1996년 북극해 주변국인 핀란드, 스웨덴, 아이슬란드와 함께 북극이사회를 발족해 관련 의제를 주도한다.

우리가 이용을 목표하는 북극 북동항로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므로 한·러 협력 차원에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일단 북동항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EEZ를 거쳐야 한다. 러시아는 유엔 해양법에 따라 1991년 자국 EEZ를 지나는 외국 선박에 대해 사전 신고와 통행료 납부 등을 의무화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얼음을 깰 수 있는 러시아의 쇄빙선에 의존해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동항로를 적극 이용하는 데 따른 33척(지난해 기준)의 자국 쇄빙선을 통한 수익 증대를 노리고 있다. 한·러 협력 차원에서도 북동항로의 적극적인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은 “러시아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으로 (한국 정부에) 실망한 것으로 안다”며 “북극항로에 대한 한·러 간 협력은 시의적절하며 가시적인 시범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북극 북동항로는 수에즈운하보다 운송 거리와 시간이 짧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뱃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빌린 스웨덴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운송거리 32%↓


북극 북동항로의 장점은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거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북극항로를 통한 부산∼로테르담 거리는 약 1만5000km로 기존 동남아∼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를 거치는 항로(약 2만2000km)보다 32%가량 짧다.

이에 따라 운항일수는 기존 수에즈운하 통과 때보다 10일 정도 단축된 30여일이 된다. 그만큼 연료비, 인건비 등이 절감된다.

국내에서는 2013년 9∼10월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선박을 통해 원유 4만4000t을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전남 광양항까지 시범 운송한 데 이어 2015년 CJ대한통운이 국내 선박으로 북극항로를 통과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시범운항에 동승했던 남청도 한국해양대 명예교수(기관공학부)는 “운항일수를 번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비 절감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극 북동항로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로 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14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로 북극해·북극항로 개발을 선정했고, 2013년 5월 일본·중국과 함께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에 가입했다. 지난해 6월에는 외교부 북극협력대표직(차관보급)을 신설해 김찬우 전 주케냐 대사를 임명했다. 

◆북극항로 경제성 논란은 여전


북극항로의 걸림돌은 수익성 문제다. 북극항로가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현재의 벌크선(곡물 광석 석탄 등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하는 화물전용선) 위주에서 탈피해 일반 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해야 하지만 북극의 빙하와 기후, 수익성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단 항로상의 빙하가 골칫거리다. 선박이 북극항로를 통과할 수 있는 시기는 비교적 유빙이 적은 6∼11월 5개월 정도인데 항로상의 빙하는 화물선의 순항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컨테이너 화물에 싣는 일반 화물의 경우 북극의 기후로 변형될 우려도 있다. 러시아로부터 쇄빙선을 빌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과 곳곳에 수심이 얕은 곳이 많아 대형선박 통과가 어려워 대형 화물 운송이 어려운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운송 지연과 화물 변형 등을 우려하는 화주(貨主)와 해운사가 선뜻 북극 항로 선택에 나서지 못하면서 물동량이 늘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2015년 CJ대한통운이 중장비를 싣고 북극항로를 통과한 이후 국내에선 별다른 운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구온난화로 머지않아 이런 문제는 해소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해수부는 2030년쯤 연중 일반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러시아어과)는 “지금은 제약이 많아도 장기적 관점에서 관심 갖고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