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변환철의법률이야기] 얼굴에 물 끼얹어도 폭행죄

관련이슈 변환철의 법률이야기

입력 : 2016-05-31 21:56:22 수정 : 2016-05-31 21:56:2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상담 가장 많은 것이 폭행관련 사안
가까이서 욕설·폭언해도 처벌 받아
변호사로서 가장 많이 상담하는 사건 중 하나가 폭행죄와 관련된 사안이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의 행위가 분명히 형법상 ‘폭행’에 해당되는데도 상담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현상에 대해 형법상 ‘폭행의 개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잘못된 확신으로 뜻밖의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상담을 진행하는 변호사로서도 참 곤란하다.

형법상 단순한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검사는 가해자를 기소할 수 없는 범죄이다. 따라서 단순폭행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기만 하면 검사가 기소할 수 없어 가해자의 행위가 형사문제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가 폭행죄에 해당함에도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가해자가 그릇된 확신을 하는 경우, 당연히 피해자와의 합의를 거부하게 될 것인데 이럴 땐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형법상 ‘폭행’은 ‘유형력(有形力)의 행사’를 말하는데, 폭행의 모습·정도에 따라 강학상(법학 이론상) 4가지로 분류한다. 즉, 사람이든 물건이든 대상을 불문하는 일체의 유형력 행사(내란죄·소요죄에서의 폭행), 사람에 대한 직간접의 유형력 행사(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폭행),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폭행죄에서의 폭행),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강도·강간죄 등에서의 폭행)로 분류된다.

그런데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는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피해자의 신체에 공간적으로 근접해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적인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죄에 해당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전화벨을 계속 울리게 해 상대방을 신경쇠약에 걸리게 한 경우,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른 행위, 담배 연기를 얼굴에 직접 뿜은 경우, 시비 중에 대리운전 여기사의 손을 잡고 운전 자체를 못하도록 막은 경우 등도 폭행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는 상대방에게 물을 끼얹은 행위도 폭행으로 인정했다. 갑은 지난해 12월 을의 집을 찾아가 “당신 딸이 빌린 돈의 이자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을은 자신의 집에서 나가라며 바가지에 담긴 물을 갑에게 끼얹었다. 이에 갑은 을을 폭행죄로 고소했는데 법원은 을의 폭행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을은 “부당한 주거침입과 퇴거 불응에 방어하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물을 끼얹은 행위는) 소극적 방어의 한도를 넘어 적극적 공격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상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행위가 폭행죄로 적용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매사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