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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열 마친 '양강 쌍포'… "리우행 티켓 잡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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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0 14:56:13 수정 : 2016-06-10 20: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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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14일 올림픽 최종 예선 나서는 여자농구 강아정·강이슬 여자농구의 전설 변연하(36)는 지난 시즌 통산 최다 3점슛(1014개) 신기록을 작성한 뒤 코트와 작별했다. 변연하는 자신의 기록을 깰 후배로 강아정(27·청주 KB)과 강이슬(22·부천 KEB하나은행)을 꼽았다. 두 선수에 대해 변연하는 “젊고, 슛 감각이 좋다”고 치켜세웠다. 강이슬은 2014∼2015시즌(93개), 강아정은 2015∼2016시즌(72개)에 차례로 3점슛 왕을 나눠가졌다. 강아정과 강이슬은 대선배의 칭찬에 “좋게 봐줘서 감사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쑥스러워했다. 변연하는 떠났지만, 한국 여자농구에는 그의 빈자리를 메우는 강아정과 강이슬, ‘양강 쌍포’가 있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두 달 가까이 구슬땀을 흘린 ‘슈터 강자매’는 리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예열을 마쳤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슈터 강아정(왼쪽)과 강이슬이 지난 7일 충북 진천선수촌 체육관에서 공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이재문 기자

 

◆이번 대표팀은 양궁 농구가 핵심

위성우(45·아산 우리은행)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은 오는 13일부터 프랑스 낭트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한다. 지난 4월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손발을 맞춘 위성우호는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C조에 속한 한국(12위)은 14일 나이지리아(42위), 15일 벨라루스(10위)와 붙는다. 대륙을 대표하는 12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5위 안에 들어야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2008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한국은 8년 만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수비에 치중했다. 압박 수비를 토대로 역습을 전개해 강팀과 맞섰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 위 감독은 “몇 년간 대표팀을 수비 중심으로 운영했더니 수비는 되는데 골이 잘 안 들어갔다”면서 “벨라루스와 나이지리아 경기 영상을 본 뒤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농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공격 중에서도 화끈한 외곽포를 앞세운 일명 ‘양궁 농구’가 핵심이다. 선수 대부분의 신장이 180㎝ 이상인 벨라루스와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골밑에서 싸우면 승산이 없기 때문에 외곽에서 3점슛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표팀에서는 양강 쌍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표팀은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3점슛 200개씩 던졌다. 다른 선수들은 성공률이 평균 60%대였지만 강아정, 강이슬은 70∼80%대를 웃돌아 기대를 높였다.

지난 7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강아정과 강이슬은 “많은 분들이 이번 대표팀은 올림픽 가기 어렵다고 하니까 더 오기가 생긴다”며 “비록 이전 대표팀보다 기량은 떨어지지만 비시즌 휴가를 반납하고 대회에 나서는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부상투혼 강아정, “부담은 없다.”

강아정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그동안 국가대표로 뽑혀 아시아 대회는 나가봤지만 세계 대회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강아정은 주전보다는 후보였다. 강아정은 “많은 경기를 나서진 못했지만 벤치에 앉아 큰 흐름을 볼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대표팀 경험이 약이 됐을까. 강아정은 1년 새 공격과 수비를 통틀어 기량이 부쩍 더 늘었고, 이제는 대표팀의 어엿한 주축으로 성장했다. 강아정은 “운동을 하면서 비시즌이면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느라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지난 시즌에는 꾸준히 연습에 참여한 덕을 본 것 같다”며 “힘든 대표팀 훈련까지 겪어 한 결 나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대표팀의 ‘스몰볼’은 지난 시즌까지 강아정의 소속팀 KB가 주로 쓰던 전략이다. 그 덕에 강아정은 훈련을 한 결 편하게 임했다. 강아정은 “저를 살려주는 패턴 연습을 해서 잘 맞는다”면서 “팀에서는 ‘내가 못 넣으면 진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대표팀에서는 강이슬, 김단비(26·인천 신한은행) 등 다른 슈터들도 많아서 부담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강아정은 아직 다 낫지 않은 왼손을 걱정했다. 강아정은 연습 때 왼손에 붕대를 감으며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강아정은 “손등에 금이 갔는데 병원에 가보니 다 붙었다고 한다. 아직 통증은 남아있지만 참고 뛴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슬테판커리’ 강이슬, “슛 감각, 지금이 최고”

강이슬의 별명은 ‘슬테판커리’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3점 슈터 스테픈 커리의 이름을 본 따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이 지난해 붙여줬다. 강이슬은 “커리는 다 잘하지만 저는 3점슛만 잘하기 때문에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별명”이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강이슬은 입단할 때만 해도 슈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박 감독이 그를 슈터로 길렀고 지금의 자리에 왔다. 강이슬은 “슛을 자신있게 쏠 수 있도록 팀에서 배려해줬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들어가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외곽슛은 좋은데 수비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은 강이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강이슬은 “감독님께서 외국 선수들은 제 수비가 어떤지 잘 모르니까 열심히 쫓아다니라고 했다”며 “수비보다는 공격력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둬야겠다”고 강조했다. 위 감독은 “슛 하나만 보면 강이슬이 대표팀에서 제일 좋다”고 칭찬했다. 아직 개인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센터와 파워포워드가 스크린으로 상대 수비를 막아 기회가 생기면 강이슬은 재빨리 슛을 던진다. 강이슬은 “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대표팀에 와서 슛이 더 잘 들어간다”며 “아픈데도 없다. 컨디션이나 슛 감각이 최고”라고 밝게 웃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강아정이 슛 연습을 하고 있다. 진천=이재문 기자


◆리우행 확정한 여자배구팀의 자극

진천선수촌 다목적관을 들어서면 오른쪽 체육관은 여자농구 대표팀, 왼쪽 체육관은 여자배구 대표팀이 사용한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대표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근 리우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연습을 진행 중이다. 반면 최종예선을 코 앞에 둔 여자농구 대표팀은 진지함이 묻어났다.

여자 프로스포츠 라이벌인 여자배구의 올림픽 진출은 여자농구 선수들에게 자극제다. 강아정은 “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다보니 친한 선수들도 있다. 축하도 해주면서 한편으로는 부럽다”며 “자극도 된다. 우리도 여자배구처럼 본선 티켓을 꼭 따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자농구 국가대표 강아정(왼쪽)과 강이슬이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랑스 낭트로 떠나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WKBL 제공


◆“둘 중 하나는 꼭 터지자”

국제경기 공인구인 ‘몰텐’공은 슈터인 강아정, 강이슬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여자프로농구(WKBL)는 ‘스타’ 공인구를 사용하지만 FIBA는 몰텐공을 쓴다. 강아정은 “개인적으로 몰텐공을 더 좋아한다”며 “스타공 보다 더 손에 잘 감긴다”고 말했다.

WKBL에서 두 선수는 각자 다른 팀에서 경쟁했지만 대표팀에서는 협력해야 한다. 스몰 포워드인 두 선수가 동시에 코트로 투입될 수도 있지만 번갈아 뛸 가능성이 더 크다. 위 감독은 “나이지리아, 벨라루스 모두 체력적으로 만만한 팀이 아니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바꿔가며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습 때나 경기 중에 둘은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이다. 강아정은 “제가 들어가면 이슬이가 나오고 이슬이가 들어가면 제가 나오는 식으로 게임을 뛴다”며 “그래서 이슬이에게 둘 중 하나는 꼭 터지자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위 감독은 한 명의 스타보다 ‘팀’을 강조한다. 강아정은 “감독님 말처럼 누구 한 명이 스타가 되러 가는 것이 아니라 12명의 한국 여자대표팀이 힘을 모아 한 ‘팀’으로 똘똘 뭉쳐 꼭 올림픽 티켓을 따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진천=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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