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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억만장자들의 ‘더기빙플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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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3 20:38:57 수정 : 2016-06-13 20: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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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부호 154명 590조원 기부 약속
75%가 자수성가… 나눔과 공유에 앞장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부부가 2010년에 만든 자선단체다. 두 사람은 죽기 전에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3월 포브스 발표 기준 두 사람은 세계 1위와 3위 부자다. 재산 규모는 우리 돈으로 각각 약 90조원과 70조원이다. 두 사람은 이미 엄청난 액수를 기부했다. 미래에는 더 많은 기부가 이어진다. 최소 150조원이 더 기부돼 자국의 사회와 세계를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더기빙플레지에 가입하는 조건은 단연 기부다.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6월 초 기준 16개국 154명이 동참하고 있다. 나이나 국적의 제한도 없다. 최고령 가입자는 미국 록펠러 가문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다. 100세다. 최연소 참여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아사나 대표인 31세의 더스틴 모스코비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 중국의 유제품 기업 멍뉴의 설립자 뉴건성도 가입했다.

약속에 대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도덕적 언약이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꾸준히 단계별로 기부를 이행하고 있다. 올해 초 기준 약속된 금액은 약 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590조원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1.5배에 달한다. 기금은 빈곤 퇴치, 재난 구호, 교육, 보건 및 의료 연구 등에 사용된다. 이것도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부자의 의견이 반영돼 다른 분야에 지원될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의 일론 머스크는 기부금을 신재생 에너지, 과학 및 공학 교육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들 부호의 재산형성 과정이다. 더기빙플레지에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의 75%는 자수성가형 부자다. 상속받은 부자가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주변을 위해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6월 초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더기빙플레지에 동참한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3명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어비앤비는 거실에 매트리스 3개를 깔고 아침을 제공하는 작은 민박으로 시작한 업체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 기업 가치는 250억달러가 넘는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창업 전 잘 곳도 없던 가난한 사업가였다. 3명이 이번에 약속한 기부액은 약 50억달러, 우리 돈 6조원에 달한다. 회사의 성격에 맞춰 기부금의 일부는 난민의 숙박에 쓰일 예정이다.

국내에도 아너 소사이어티가 등장하는 등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2200억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한 기업가도 있다.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한 기부를 행하는 기부자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나눔과 공유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와 기업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워런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주식의 1%를 나를 위해 쓴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질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반대로 나머지 99%는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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