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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실험 '하나의 무대… 두개의 이야기'

입력 : 2016-06-29 20:26:24 수정 : 2016-06-29 20: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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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젤레르 작품 박근형 치매 걸린 아버지
윤소정 우울증 앓는 엄마로 두 작품 하루씩 번갈아 공연
국립극단이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 ‘아버지’와 ‘어머니’를 같은 무대에 하루씩 번갈아가며 공연하는 실험에 나선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단이 흥미로운 무대를 올린다.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대표작 ‘아버지’(2012)와 ‘어머니’(2010)를 아시아에서 초연한다. 공연 방식도 독특하다. 하나의 무대에 두 작품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선보인다. 배우들 역시 기대감을 높인다. ‘아버지’는 박근형이, ‘어머니’는 윤소정이 연기한다. 이들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빈 둥지 증후군으로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1인칭 시점으로 보여준다.

“나의 모든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한잎 한잎. 더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아버지’ 중)

“애들이 우리 인생에서 사라졌어, 애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를 버려.” (‘어머니’ 중)

젤레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시기에 쓰여졌지만 닮은꼴이다. 노령화, 치매, 우울증 등 노년의 문제를 다루는데, 이를 타인이 아닌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80대 앙드레의 눈으로 딸과 주변 사람을 본다. 아버지의 눈에 비친 현실은 이해할 수 없고 혼란스럽다. 관객 역시 아버지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같은 혼돈을 경험한다.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한 ‘아버지’는 2014년 프랑스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몰리에르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영국 올리비에상 연기상, 미국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어머니‘ 역시 장성한 자녀를 떠나보낸 안느가 우울증으로 현실감각을 잃어가는 과정을 다룬다. 안느는 환상과 현실을 오간다. 여자친구가 아들을 빼앗았다고 여기며 질투하고 남편의 외도를 병적으로 의심한다. 이 작품은 2011년 프랑스 몰리에르상 여우주연상을 받고 지난해 영국 로열바스극장에서 공연하는 등 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두 작품을 쓴 젤레르는 프랑스의 젊은 천재 작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우리 시대 가장 흥미로운 신진 극작가’라고 소개한다. 젤레르는 2004년 스물다섯살에 세 번째 소설 ‘악의 매력’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앵테랄리에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첫 희곡 ‘이방인’으로 호평받았다. 그의 팬을 일컫는 ‘젤레르주의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버지’의 연출은 박정희, ‘어머니’는 이병훈이 담당한다. 무대디자인은 여신동이 혼자 맡아 통일감을 줬다. 두 작품은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가 출연해 화제였다. 아버지를 연기하는 박근형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은 나의 모태이고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어디서든 좇아가서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며 “‘아버지’를 무척 재밌게 읽어 단숨에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근형은 1958년 연극을 시작해 1964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입단, 67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주인공이 내가 누군지,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할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공감 됐다”며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그 역할에 성공했냐, 실패했냐로 구분되기에 토니상이든 뭐든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배우 박근형으로 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어머니 역의 윤소정 역시 54년 경력이다. 윤소정은 “남편과 아들이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더는 행복할 거리가 사라진 안느의 간절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서 공감가는 대목에 대해 “아이들은 부모에게 관심이 없고 떠나게 돼 있으며 떠난 아이들도 자라서 같은 상황을 겪는다”며 “계속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 순간을 견디기는 무척 어렵다”고 전했다. 공연은 7월 13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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