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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와 또다른 '여장남성'… 그들만의 은밀한 세상속으로

입력 : 2016-06-29 20:26:09 수정 : 2016-06-29 20: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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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까사 발렌티나'
‘반은 남자, 반은 여자.’ ‘드랙퀸도 트랜스젠더도 아니고, 사회에 잘 적응하며 결혼 생활도 하는 남성.’

연극 ‘까사 발렌티나(사진)’가 소개하는 여장남성(여성의 옷을 즐겨입는 남성)의 정의다. 이들은 이성애자 남성이다. 결혼을 했고 자녀를 뒀다. 군인, 사업가, 판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사회적 편견과 달리,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다. 몰래 여성의 옷을 입고 행복해하는 취미를 가졌다는 점만 빼면 그렇다.

‘까사 발렌티나’는 여장남성이라는 드문 소재를 다룬다. 1962년 미국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주말을 맞아 일곱 명의 여장남성이 모여드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슈발리에 데옹은 남성들이 마음껏 여장하고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천국 같은 비밀 공간이다.

보통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는 작품은 ‘우리는 행복합니다’ 식의 기운을 풍기거나 화해의 대축제로 나아간다. 반대로 이 작품은 장조로 시작해 단조로 끝나는 점이 인상적이다. 초반에는 여장남성에 대한 편견을 깬다. 이들은 은밀한 취미만 빼면 평범하고 유쾌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갈등이 드러난다. 본인들도 사회적 약자면서 동성애자 회원을 폭력적으로 대한다. “우린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동성애자가 아니에요”라고 선언한다. ‘여장한 채 남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면 성공적 여장일 뿐인가, 동성애인가’ ‘이들이 원하는 건 여성으로 영원히 사는 것 아닐까’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무겁게 극을 마무리한다.

원작은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뉴시스’ 등을 집필한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이 썼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같은 해 토니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드라마 데스크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국내 연출은 성종완이 맡았다. 대학로 DCF문화공장에서 9월11일까지 공연한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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