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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학종 정착, 고교 변화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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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9 21:31:20 수정 : 2016-06-29 21: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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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전형 논란 있으나
공교육 정상화 기대도 커
경남도는 학종 수혜 톡톡
대학의 공정한 평가 외에
교사들이 달라져야 성공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만 놓고 보면 경남교육청이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15, 16등 정도 할 겁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는 얘기가 달라지죠. 2016학년도 입시에서 학종으로 서울대 합격자를 낸 인원(109명)은 수도권을 빼고 전국 1, 2위라고 자신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종으로 수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거죠. 학종은 사교육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 아이들한테는 기회입니다.”

귀가 번쩍 뜨였다. ‘금수저 입시’라고 지적받는 학종을 지방의 고교 교사가 옹호한 것이다. 2주 전 한양대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발전을 위한 고교·대학 연계 포럼’에서다. 경남 창원에서 올라온 김종승 교사(진해여고)는 “학종으로 아이들이 달라지고 선생님이 바빠지고 부모님이 깨어났다”고 말했다. 학생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 뽑는 학종이 교육현장에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학종은 말 그대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를 중심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2008년 서울대에서 시범도입한 ‘입학사정관제’가 2015학년도부터 이 이름으로 바뀌었다. 요즘 학종은 입시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2017학년도 입시에서는 전국 대학이 10명 중 6명을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다. 서울대도 지역균형선발까지 포함해 전체의 75.4%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학종은 입학사정관전형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학생 능력과 가능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같다. 두 전형 모두 입학사정관이 평가를 주도한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비교과 중심이 부각되다 보니 대외 수상이나 특허와 같은 이른바 ‘스펙’의 부담이 컸다. 학종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비교과 내용도 교과활동과 연계된 사항을 위주로 보도록 돼 있다.

이상하게도 학종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금수저를 위한 전형이다’, ‘특목고나 자사고, 수도권 학교가 유리하다’ 등. 김 교사의 말과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온다. 대학 평가 방식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량 평가가 아니라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불신이다. 대학 측이 전형별, 고교유형별 합격생 숫자와 같은 구체적인 입시 결과를 적극 공개하지 않은 탓도 있다.

대학·고교 연계 포럼은 그래서 의미가 컸다. 4시간 이상 지켜보면서 많은 오해가 풀렸다. 서울대 측은 입학사정관 26명이 평소 모의평가로 수없이 연습한다고 소개했다. 같은 학생부로 거의 동일한 평가가 나오게 할 정도라고 한다. 입학사정관 A가 1단계로, 다른 사정관 B가 2단계로 평가해서 차이가 나면 토론해서 조정을 한다. 다만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 수준의 평가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사실 학종의 ‘착한 전형’ 정착을 가로막는 책임은 대학보다 고교 현장이 더 크다. 대학은 학생이 자신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을 학생부를 통해 보기를 원한다. 교사들이 학생부에 학생의 재능과 소질, 호기심 등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줘야 하는 이유다. 그러려면 수업 방식 등이 확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1등급대 학생에게 상을 몰아주고 학생부 기록도 신경써 주는 식은 곤란하다.

경남 지역이 학종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가 있다. 5, 6년 전부터 도교육청 차원에서 대응해왔다. 매년 4월 교사들과 함께 입시정보 수집을 위해 상경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수도권 60개 대학 입학사정관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학종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하고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확인해 책자로 만들어 배포한다. 각 학교는 여기에 맞춰 수업방식을 바꾸고 프로그램을 개설해 학생부를 살찌웠다.

다른 고교 현장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서울 강남의 자사고 중에서도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학원이 가르치고 학교는 평가만 하는 방식 그대로다. 학종이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공교육이 정상화하고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은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땅에 추락한 교권이 바로 설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학종이 대세인 시대에 맞춰 고교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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