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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로켓 성공 좌우하는 용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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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1 22:40:59 수정 : 2016-07-01 22: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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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용접기술을 익혀 해외이민을 가는 바람이 분 적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피하는 직업이지만 수요가 많았다. 첨단 재질이 계속 개발되면서 용접공이 단순한 기능공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그제 작고한 앨빈 토플러는 대학 졸업 뒤 클리블랜드의 알루미늄 제조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시작해 미래과학자가 됐다.

용접기술 수준으로 승부가 갈리는 분야가 많다. 자동차, 보석가공, 자전거, 골프채 등이 다 그렇다. 자동차 보닛을 만들 때 스폿용접을 한다. 보닛 안쪽에 조그만 구멍처럼 생긴 부분에 열을 가해서 철판을 잇는다. 아우디자동차는 레이저용접 기술을 도입했다. 외부충격에 잘 견디도록 피로강도 저항성을 올리기 위해서다. 다이아몬드 반지에도 레이저용접이 활용된다. 스톤을 잡아주는 발의 깔끔한 이음새는 반지의 영원함을 돋보이게 한다.

1대에 500만원을 웃도는 고가의 티타늄자전거도 용접기술로 부가가치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티타늄 용접 때 수소 산소 질소를 차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불순물 함량이 높아져 잘 깨진다. 한때 골퍼들에게 인기였던 ß드라이버 제조 과정에선 불순물을 배제하는 용접환경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인도 국방부의 티타늄용접소는 통째로 진공상태로 만들어 작업을 한다. 선박 건조에서도 용접이 핵심기술이다.

용접기술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진화한 전쟁 부산물이다. 전투기와 전함을 건조하고 망가진 탱크와 포를 짧은 시간에 수리하면서 노하우가 축적된 것이다. 대부분 원천기술은 러시아와 독일이 갖고 있다. 그래서 용어도 영어보다 유럽 쪽 언어가 많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왕복선을 만들 때 갈고닦은 특별한 용접기술을 활용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수차례 발사하면서 축적한 것도 용접기술이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미국용접협회(AWS)와 영국용접연구소(TWI)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용접기술을 새삼 돌아보게 된다. 연료탱크 개발이 지연된 이유는 용접기술 축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용탕(쇳물)을 제어하는 힘이 전류와 전압 그리고 용접 속도인데, 재질 특성과 연계한 이들 용접변수의 관리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SK건설의 이진희 전문위원이 해석했다. 연료통은 단순히 연료를 담는 그릇이 아니다. 니켈합금 내열강 인코넬700계열의 재질이 활용되는데, 연료가 고압으로 뿜어져 나가면서 폭발할 때 연료통이 급랭하는 열충격을 겪게 된다. 이때 강판의 성격이 바뀌고 이음매가 뒤틀린다.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대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미국이 아폴로11호를 쏘아올린 새턴로켓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첨단기술 중 하나가 용접이었다니 부러울 뿐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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