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정진의청심청담] 서구문명 몰락 징후, 브렉시트

관련이슈 박정진의 청심청담

입력 : 2016-07-04 21:28:14 수정 : 2016-07-04 21:28: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유럽과 문명의 뿌리 같지만
영국은 경험주의 영향 강해
이민자들에 노골적 거부감
서구 패권주의 이젠 한계
동아시아 시대 서서히 부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를 두고 세계의 언론과 경제전문가, 학자들의 해석과 전망은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문명론적 입장에서의 해석과 진단은 드물었다. 주로 경제·정치문제 중심으로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유럽과 미국을 서구(西歐), 구미(歐美)라는 말로 통칭한다. 여기에는 소련과 동구(東歐)를 배제하는 허점이 있다. 서양문명을 말할 때 서구와 동구, 영미가 서로 다른 전통과 특성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 중심의 세계 판도에 대항해서 형성된 경제·정치 블록이다. 유럽의 로마제국 체제에 대항한 경험이 있는 영국은 처음부터 프랑스와 독일 등 대륙 국가와는 다른 입장에 있었다. 영국은 EU에 가입하고 있었지만, 항상 미국과의 강한 연대를 꾀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다. 영국의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은 실은 영국이 만든 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공통어가 된 영어는 영국의 산물이다. 미국의 대중문화인 골프, 야구, 영화, 뮤지컬, 팝 음악 등도 영국이 원조이다. 앵글로색슨이 미국의 주류세력인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영국이 브렉시트로 EU에서 빠져나왔듯이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탈퇴를 주장하고 있고, 자유무역과 이민정책에서 보호고립주의로 선회를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지수이지만 미국 내 고립주의의 점증을 짐작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은 지금 약속한 것처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영 중심의 세계경영체제와 유럽문명의 위기와 변화, 퇴조와 몰락을 점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적어도 세계를 주도할 문화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든다.

18세기부터 본격화한 서구 중심의 근대문명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300년 동안 영광을 구가했다. 그 힘의 중심에는 과학문명과 민주주의가 있었다. 소련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동구권은 다시 유럽의 품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서구의 근대는 자유자본주의와 공산사회주의로 양분됐으나 공산사회주의는 생산성의 한계로 몰락하고 공산당은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도 공산당 귀족으로만 남아 있다. EU의 사회주의는 동구권의 귀환과 더불어 최근에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경향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이민에 대해 당연히 문호를 개방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프랑스의 좌파와 독일의 사회민주주의 경향으로 지배적인 분위기가 됐다. 그런데 자유주의 경향이 우세한 영국은 이민자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였다.

브렉시트 결정은 영국 내에서도 청·장년층과 노년층, 공업지역과 농업지역 등에서 갈렸지만 결국 다수는 EU에서 탈퇴하는 쪽을 택했는데 이는 본래 대륙의 입장과 다른 영국 문화와 전통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유럽문명은 그 뿌리에서 보면 고대 그리스의 이데아는 로마에서 합리주의로 변했고, 합리주의는 프랑스와 독일에 계승됐다. 대륙의 합리주의는 영국에서 경험주의와 과학으로 변했다. 이데아와 합리주의, 과학문명은 그 뿌리는 같지만 서로 다른 문명적 특성을 보인다. 한편 그리스 정교 문명은 러시아와 동구권으로 영향을 미쳐 공산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데 일조를 하게 된다. 결국 자유자본주의는 화폐의 동일성을, 공산사회주의는 노동의 동일성을 바탕으로 건설된 문명이다. 공산사회주의는 아직 권력체계로는 남아 있지만 이데올로기로서는 이미 몰락했고, 자유자본주의는 그 메카인 영국에서 서서히 그 힘을 상실하고 있다. 영국의 계승자인 미국도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경제의 달러본위제는 흔들리고 있고, 달러의 가치에 대해 세계가 의심한 지는 오래지만 대안이 없을 뿐이다.

서구문명은 과학문명과 패권주의, 즉 힘을 바탕으로 근대에 들어 세계를 이끌었지만 그 힘의 상당 부분은 동양과 제3세계의 정복과 식민지화로 인한 노동력과 자원의 착취로부터 끌어냈다. 말하자면 서구의 민주주의라는 것도 실은 그러한 지배와 착취를 바탕으로 한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동양도 과학문명과 경제력에서 거의 따라잡기 시작하는 것과 함께 서구 우월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유럽문명은 여전히 세계의 지배문명으로 행세를 하고 있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그들이 마음대로 국경선을 긋고 경영한 중동 이슬람문명권은 지금 인구 증가와 이민으로 유럽을 압박하고 있다. 중동이민이 아니면 유럽문명은 노동력과 인구를 유지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다. 기독교문명권은 과학과 경제가 앞섰지만 이슬람문명권은 인구와 전쟁에 필요한 적대감(지하드, 자살폭탄테러)에서 압도하고 있다. 지금 기독교문명은 순교할 사람이 없다.

기독교 이슬람문명은 실은 중동유목문명이라는 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들 문명권은 크게 보면 절대 유일신과 동일성의 철학과 과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힘의 경쟁으로 서로 몰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서구문명의 쇠퇴와 몰락의 대체세력으로 가장 유력한 문명이 바로 한·중·일의 태평양 한자문명권이다. 한자문명권은 음양사상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듯이 본질적으로 차이를 인정하는 문명권이다. 세계의 중심은 동아시아로 다가오고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