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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한국형전투기의 잠자리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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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6 21:37:11 수정 : 2016-07-06 2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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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전천후 가동 레이더 탑재
생체모방기술 눈부신 진화 예고
우리나라는 오랜 논란 끝에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KF-X 사업은 미국의 에이사(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을 포함한 4대 핵심기술 이전 불가 및 이에 따른 국산화 개발추진 가능성 여부로 논란이 됐다. 올 4월에는 에이사 레이더의 국내 시제 업체 선정 문제로 논란의 불씨가 재점화되기도 했다.

전투기 개발에 왜 레이더가 이렇게 논란이 될까. 현대의 최신예 전투기는 전투능력 향상을 위해 뛰어난 기동성과 가속성, 공격능력이 필수다. 이러한 훌륭한 전투능력은 바로 적을 먼저 찾아내는 눈으로부터 시작된다. 전투기의 눈이 바로 레이더이다. 이 레이더 기술은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발전해왔다. 능동위상배열을 가진 에이사 레이더가 바로 전자식 레이더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
중세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새가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비행기를 고안했다. 항공기 개발자들은 하늘을 나는 새나 곤충 등을 모방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자연의 생명체를 모방해 얻는 기술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한다. 레이더의 기본 원리는 동물 눈의 원리와 유사하다. 보통 동물의 눈은 2개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식별할 수 없다. 여러 위치에 있는 물체를 동시에 볼 수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눈동자를 굴리거나 머리를 돌리고, 이도 부족하면 몸의 방향을 돌려서 봐야 한다. 이것이 기계식 레이더의 작동 원리이다. 안테나를 회전시키면서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다.

모든 잠자리는 우수한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 잠자리는 벌집과 같이 작은 3만여 개의 홑눈이 모인 겹눈을 가지고 있다. 이 홑눈은 렌즈 시스템과 빛을 감지하는 세포로 구성된다. 빛을 감지하는 세포는 옵신 단백질을 내포하며 시각 요소로서 기능한다. 인간의 눈은 세 가지 옵신 단백질을 지녀 빨간색, 초록색 , 푸른색만 감지할 수 있다. 잠자리의 눈은 4~5개의 옵신 단백질을 가져 자외선과 편광 빛까지 감지할 수 있다. 이들 수만개의 홑눈은 모자이크 상을 생성한다. 잠자리의 뇌는 이들 수만개의 모자이크 상을 하나의 물체로 보게 하는 8쌍의 시각 뉴런(신경 단위)을 가지고 있다.

에이사 레이더는 잠자리의 겹눈과 유사한 원리를 가진다. 에이사 레이더의 안테나에는 수백에서 수천개의 소형 송수신 모듈이 부착된다. 각각의 모듈은 잠자리의 홑눈처럼 각각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다. 소형 송수신 모듈이 각각의 전파를 낸다. 핵심은 이 전파를 하나로 모아서 쏘는 것이다. 각 모듈은 각각의 주파수를 가진다. 수백 또는 수천개 모듈의 주파수를 정확히 맞춰야 이를 하나의 신호로 모을 수 있다. 에이사 레이더는 공중전, 지상공격 및 해상공격 등을 위해서 다양한 운용 모드로 작동돼야 한다. 이들 레이더 운용모드의 통합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복잡하며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큰 구근 모양의 잠자리 눈은 우주비행사의 헬멧처럼 머리 주위를 감싸고 있다. 잠자리 눈은 주위 움직임에 극히 민감하고 거의 모든 방향을 지향할 수 있다. 이는 360도 주위의 물체를 볼 수 있게 한다. 이는 물체를 향해 날면서 전 방향의 물체를 볼 수 있고 물체를 지나 날면서도 뒤의 물체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포식자를 피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산이다. 잠자리의 겹눈은 공격할 때 시각영역을 그리드와 같이 분할할 수 있도록 한다. 먹이를 그리드 내의 분할영역에 유지시키는 것은 비행 도중 먹이를 낚아챌 때 엄청난 정확성을 갖게 한다. 유사한 원리를 갖는 에이사 레이더는 하늘·지상·바다에서 전개되는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 식별할 수 있다. 하늘에 떠 있는 적기를 추적해 공격하고 지상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연계의 동물 생체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모방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할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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