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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북한판 6·29선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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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7 22:33:28 수정 : 2016-07-07 2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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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빈곤 더 방관해선 안 돼
북한엔 희망이 없다고 하지만
통일 대비한 자각운동 필요
장마당·손전화 적극 활용해
의식 깨울 정보공급 나서야
약 30년 전인 1987년 6월 29일, 남한에서는 시국 수습을 위한 특별선언이 발표됐다. 국민들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집권 여당의 발표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6·29민주화 선언이다. 1990년대 남한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도 도입했다. 지방자치제도를 부활시킴으로써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킨 것이다.

6·29선언 약 30년 후인 2016년 6월 29일,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는 국무위원회라는 최고위 국가기구를 새로 만들어 김정은에게 위원장이라는 왕관을 씌워주었다. 지난 5월, 36년 만에 개최된 제7차 당대회에서 당위원장이라는 왕관에 이은 두 번째 왕관이었다. 이로써 셀프 대관식은 막을 내렸고 김정은은 완벽한 1인 독재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가히 6·29독재결정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30년 전 남한은 6·29선언을 통해 민주화의 물길을 텄는데, 30년 후 북한은 6·29결정을 통해 오히려 독재의 방파제를 쌓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김정은 독재체제 강화에 대한 비판보다는 오히려 대관식의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정은이 어떤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그 직책에 오를지, 아버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날지 등에 대한 것이었다. 독재체제에 대한 수용성이 오히려 북한주민보다 더 좋은 것처럼 보였다.

독재체제 완성을 위해 김정은은 당·정·군의 감투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당을 장악하기 위해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위원회 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라는 감투도 모자라 당위원장이라는 왕관을 썼다. 군을 장악하기 위해 최고사령관 직책에 더하여 국가원수라는 계급도 가졌다. 정무분야에서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또 다른 왕관도 썼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는 감투는 그야말로 덤이다.

1인 독재체제의 굳히기는 현재의 북한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미래의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현재 삶이 고통스러울 것이고, 통일 한국에 금방 적응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미래 삶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6·29선언이 가능할까. 꿈같은 생각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치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대충 이렇다. 6·29선언이 나오려면 체제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이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에는 이런 조직적인 저항이 불가능하다.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치원 때부터 유일 독재 체제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충성 경쟁만 할 뿐 비판 의식이 없다. 특히 체제에 대한 비판은 공개처형이나 3족(三族)이 멸하는 광경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공포의식이 저항 의식을 누르고 있다. 북한 주민의 역사성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주민은 왕조시대와 식민지를 거쳐 오랫동안 김씨 왕조의 세습체제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저항의 유전자(DNA)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결론을 내린다. 조선시대에도 배고프면 민란이 일어났건만 북한에서는 이런 민란 한 번 일어나지 않았다.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도 그랬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의 6·29선언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많은 남한 사람이 이런 생각의 틀에 갇혀 있다. 안 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미리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400여개가 넘는 북한의 장마당과 400만대에 이르는 손전화기에 희망이 있다. 라디오, 바람, 해류, 그리고 1400㎞에 이르는 북·중 국경선을 이용해 정보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유통된 정보가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선 안 된다. 북한판 6·29선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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