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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감은 미래를 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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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2 19:28:17 수정 : 2016-07-22 19: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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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많은 실수는
내 관점에서 내 것만 보는 탓
한발자국만 뒤로 물러나
남이 겪은 것을 알고 이해해야
마음을 나눌 공감대가 이뤄져
얼마 전 물리학과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미국 유학시절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라는 잡지에서 읽었던 기사 얘기를 하게 됐다. 어떤 물리학자가 잭슨 폴록이라는 미국의 유명화가 그림 한 점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한 기사였다. 물리학자가 그림을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지만 폴록의 그림이 인기 있는 이유가 흩어진 낙엽의 그림이 자연 상태에서 보는 낙엽의 비율과 흡사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엇인가에 꽂히는 이유 중 하나가 경험했던 것과 유사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화보다 책으로 인기몰이 중인 스웨덴 작가인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그 얘기 자체가 흥미를 끈다기보다는 주인공인 오베가 주변에서 알고 있는 사람과 비슷한 점이 많고, 그 주변 인물의 행동과 감정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공감을 준다. 특히, 상황에 매우 적합한 인물 묘사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인데 인터넷 블로그에서 시작한 작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한 것을 보면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비슷한 것 같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지난달 참석했던 국제회의에선 내가 한 발표보다 오히려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 주목을 받았다. 왜 문화가 전혀 다른 방글라데시의 여대에서 K-팝을 모르는 학생이 드물고, 왜 이란에서 드라마 ‘별그대’가 폭발적인지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은 대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니까 한류는 다른 민족 간에도 문화의 공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공감, 사전적인 의미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서 폴록의 그림도, ‘오베라는 남자’도, 그리고 한류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공감대 형성이 가능했다. 이쯤 되면 공감은 현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키워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공감 공략하기’, 이것을 경험하고 설명하는 것은 분명하게 할 수 있지만, 어떻게 공감을 얻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애매하고 정리하기 어렵다. 즉 왜 드라마 ‘디어마이 프렌드’(디마프)가 인기 있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디마프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몇 가지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미 갖고 태어난 공감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이는 분명하다. 하지만 유전이란 것을 어떻게 하지는 못하니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전의 성공 경험으로부터 보고 배울 수 있겠다. 그 한 방법으로, 가지고 있는 것을 분석해 답을 얻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그들의 공식으로 폴록의 그림을 분석했고,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인기 드라마를 만든 넷플렉스는 이전 드라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제, 배우, 포맷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했다고 한다. 공감이라는 정서를 파악하는 데 과학적 분석이 도움이 됐다니 놀랍다.

그리고, 관찰과 모방을 하는 것이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행동을 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의 반응패턴과 독특한 사례를 따라하되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베크만의 ‘오베’도 ‘디마프’의 꼰대들도 주변에서 관찰한 인물에서 창조됐다고 한다. 또 하나는, 타인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듣고 경험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각자가 동시에 겪어도 경험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모태가 된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인간관계의 많은 실수는 내 관점에서 내 것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많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남이 겪은 것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자세에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통찰을 스스로 경험하고 깨쳐야 하며, 그 공감을 나누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누군가가 미래를 여는 공감능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 교육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경미 연세대 교수·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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