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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음악뿐인 축제… 마음도 청정해진다”

입력 : 2016-07-24 22:27:39 수정 : 2016-07-24 22: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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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대관령음악제 찾는 소프라노 임선혜 “평창에는 자연과 음악만 있어요. 도심에 있으면 신경쓸 거리가 많잖아요. 교통 체증, 온갖 약속…. 그런데 평창은 자연과 음악밖에 없어 마음이 무장해제되는 것 같아요. 공연 준비가 힘들어도 음악제를 즐길 수 있는 이유죠.”

소프라노 임선혜(40)는 올해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열흘 남짓 머문다. 2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8월 6일까지 다섯번 무대에 서는 힘든 일정이다. 21일 서울 용산구에서 먼저 만난 그는 “휴가처럼 즐길 수는 없지만 공연 사이사이 다른 연주를 관람하며 영감받을 걸 생각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음악계의 디바’ 임선혜는 “앞으로 예술가곡 작업을 더 늦기 전에 많이 하고 싶고 클래식 재즈에도 매력을 느낀다”며 “한우물을 잘 파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걸 해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보통 음악제는 관객을 위한 축제라 생각하는데, 아티스트들을 위한 축제이기도 해요. 음악가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관객이 함께 즐기는 거죠. 그렇게 될 때 진정한 축제라 생각해요. 내가 말해 놓고도 아, 되게 말 잘했다 싶네요. 하하.”

그는 음악제에서 바흐, 베토벤, 알반 베르크의 곡들을 노래한다. 바로크, 고전, 후기 낭만까지 300년 흐름을 담는다. 베르크 ‘일곱 개의 초기 가곡’은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연주를 맡았다. 임선혜는 “태형씨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에 처음 만난다”며 “음악제 끝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에도 함께 선다”고 밝혔다. 바흐 칸타타 ‘온 세상이여 주를 찬양하라’는 원전 연주단체인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과 호흡을 맞춘다.

임선혜에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고향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행사라 더 뜻깊다. 그는 여섯 살까지 철원에서 자랐다. 부친의 묘도 철원에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고향 쪽에 1박2일, 2박3일 규모의 작은 페스티벌을 만드는 걸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철원에는 아름다운 정자인 고속정과 비무장지대가 있어요. 옛 노동당 청사도 있는데, 왔다갔다하며 볼 때마다 공연장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지만 소박한 축제를 생각하고 있어요. 10년 대계로 계획 중이에요. 지역사회 분들이 큰 도시로 나가지 않고도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외국 활동이 주라 한국에 들어올 일이 많지 않아 아직은 실행하기 어려운 꿈”이라고 말했다. 평창 이후 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벨기에에서 녹음작업을 한다. 10월에는 이스라엘에서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필하모닉과 무대에 서고, 11월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함께한다. 한 달에도 6, 7번씩 비행기를 타니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이날도 그는 몸을 건조하게 하는 커피나 차 대신 꿀물을 주문했다. 에어컨도 켜지 않았다. 건조한 공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더운 게 낫더라고요. 찬바람이 들어오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요. 차에서도 에어컨을 안 틀어서 함께 다니는 분이 고생하시죠. 비행기에서는 습기가 나오는 기구를 한 시간에 한 번씩 써요. 비행기 습도가 20%도 안 되거든요. 저희에게 최적 습도는 60% 이상이에요.”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에서 지내는 그는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잔다. 감기를 막기 위해서다. 잠옷은 목을 덮고 소매가 팔목 아래로 내려오는 폴라 티셔츠다. 맥이 지나는 곳이 따뜻해야 몸에 온기가 돌아서다. 여름에도 예외없이 얇은 폴라 티셔츠를 입거나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침대에 든다.

“아무리 체력관리를 잘해도 비행기를 숱하게 타니 컨디션 변화가 예상치 못하게 와요. 컨디션 때문에 공연을 못할 때면 죽을 만큼 마음이 힘들어요. 준비하면서 공연이 얼마나 즐거울지 상상하거든요. 혼자 연습하다 ‘이거 너무 좋다’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때도 있어요. 이 느낌을 관객도 똑같이 느꼈으면 하고 바라게 돼요. 그렇게 기대하며 준비하는데 컨디션이 난조면 정말 슬프죠. 차라리 땀 흘리고 꽁꽁 싸매고 관리하는 게 나아요.”

이런 철저한 관리 때문일까. 23살에 거장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된 그는 17년째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소프라노의 전성기인 40살인 그는 “중심을 지키면서 외부로 열려 있는 균형이 중요한 나이 같다”고 했다.

“누가 ‘불혹’을 불같은 유혹이 시작되는 나이라고 하더라고요. 의심이 없어지는 경지이지만 동시에 고집이 세져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나이라고도 하고요. 둘 중 하나라 생각해요. 고집 피우며 나를 닫든지, 나를 열고 불같은 유혹에 빠지든지. 서른이 됐을 때 내가 하는 일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내 의견을 내놓아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게 나야’ 하고 10년을 사니 나 자신이 굳어지는 것 같아요. 이 ‘나’를 자신감 삼아 자기를 열어보이면 전성기에 얻을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나니까 건드리지 마’ 하면 귀를 닫는 불혹이 되겠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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