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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당신의 '몸값'은 얼마입니까?

입력 : 2016-07-25 20:00:27 수정 : 2016-07-25 2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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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결혼 미끼에 속아… 2700만명 ‘성·노동 착취’로 신음 / 10년동안 피해자 900만명 달해 /한국 ‘성매매 송출·경유·기착국’ …외국인 노동자 인권 유린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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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4만3200번 강간당했습니다.”

멕시코의 카를라 하신토는 12살이던 2004년 인신매매 조직에 팔려가 4년간 성노예로 착취당했다. 하신토를 성매매 업소에 넘긴 남성은 자신을 자동차 판매상이라고 속이며 그에게 접근해왔다. 자상했던 남성이 본색을 드러내는 데에는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랑했던 남성에게 속은 하신토는 과달라하라의 한 성매매 업소에 넘겨졌으며 이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4년 내내 ‘손님’들을 받아야 했다. 쉬는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의 남자들을 상대했다. 

◆결혼·취업알선으로 꼬드겨… 전 세계 인신매매 실태

오는 30일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유엔이 지정한 ‘세계 휴먼트래피킹(인신매매) 방지의 날’이 3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취업·결혼사기 등 세계적인 피해 수준은 여전하다. 분쟁지역 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신매매 피해도 심각하다. 유럽 공동 경찰기구 유로폴은 최소 1만명의 난민 어린이가 유럽에 도착한 이후 실종됐다고 올 1월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인신매매 피해자는 900만명에 달하며 지금도 2700만명이 성매매 업소와 농장 등에서 노예처럼 생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베트남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78년부터 38년간 이어진 중국의 ‘한자녀 정책’은 부모들의 남아선호 사상으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을 발생시켰다. 자국 내에서 결혼대상을 찾기 어려워진 중국 남성들은 급기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13세 전후 소녀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CNN방송은 이 같은 실태를 보도하며 피해 여성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베트남 여성인 란은 중국 접경지역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던 중 친구를 따라 한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하게 됐고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어 그 길로 중국으로 팔려갔다. 란은 “정신을 차려보니 중국에 와 있었다”며 “(중국으로 가는) 차 안에 나 말고도 다른 소녀들이 있었고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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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인신매매 상황이 최악인 국가에게 부여하는 ‘3등급’을 받은 나라는 올해 총 27개국으로 지난해 23개국과 비교해 4개국이 늘어났다. 3등급 국가는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도 충족하지 않고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는 나라들을 말한다. 특히 북한은 14년째 ‘최악의 나라’로 지정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1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북한 이탈 여성들이 인신매매에 취약하다”며 “일부 탈북 여성이 중국인이나 한국계 중국인에 의해 성노예로 전락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중국 당국에 적발되면 강제 북송돼 수용소에서 노역을 하거나 심지어 숨지기도 한다”며 “북한에서 수용소에 갇힌 주민들이 약 8만명에서 12만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한국은 인신매매 송출·경유·기착국”

우리나라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책을 시행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14년째 1등급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2000년 채택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를 14년이 지나서야 비준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성매매가 확산하는 등 문제는 심각하다.

미 국무부는 2016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성매매와 강제노동을 목적으로 성인 남녀와 아동의 인신매매에 관여하는 송출국·경유국·기착국’으로 표현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 여성들은 국내외에서 강제로 매춘을 강요받고 있다”며 “일부 한국 여성은 보통 관광·취업·유학 비자로 기착국에 입국하여 안마시술소, 살롱, 주점, 식당이나 인터넷 매춘 업체를 통해 강제로 성매매에 종사한다”고 지적했다. 

19년 동안 축사 강제노역을 한 지적장애인 고모씨(오른쪽)가 14일 청주 흥덕구의 집에서 모친과 재회하고 있는 모습.
또 “신체장애나 지적장애를 가진 일부 한국인 남성들이 염전에서 강제노역을 강요받고 있으며 언어적·신체적 가혹행위, 임금 체불, 장시간 근로, 열악한 근무·생활 조건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 아동들은 온라인을 통한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와 상업적 성착취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가출 소녀들의 성매매 실태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유린 실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외국인근로자, 그중에서도 특히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는 수천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로 인해 채무노예로 전락할 취약성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신매매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수익성’을 든다.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 책임자 에이미 스미스는 “인신매매는 범죄단체들에게 총이나 마약보다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며 “인신매매 업자들의 네트워크를 끊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권고안을 통해 한국은 앞으로 형법에 근거해 인신매매 사범을 수사하고 기소하며 유죄를 확정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며,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에게 엄격한 형량이 선고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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