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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영화 ‘귀향’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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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5 21:54:48 수정 : 2016-07-25 21: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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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을 일으킨 세대는 아니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피해와 고통을 제대로 알게 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다나카 유키·23·회사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의 일본 현지 관람객 소감이다. ‘귀향’이 지난 21일 도쿄의 한 호텔 공연장에서 상영됐다. 정식 개봉이 아님에도 일본인과 재일동포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조정래 감독은 일본 정식 개봉을 추진했지만, 정치적 이유 등으로 영화를 걸겠다는 극장을 찾기 어렵자 일본 각지를 돌며 시사회를 갖기로 했다.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상 시청이 가능한 시설을 빌려 보여주겠다는 대안이다. 앞으로 9월까지 일본 13개 도시를 순회하며 상영회를 연다. 조 감독에게 ‘귀향’은 평생의 숙제이자 대업이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한다.

앞서 ‘귀향’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흥행에 따른 수익금 10억원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데 내놨다. 지난 14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이들은 “국민의 힘을 모아 만든 영화인 만큼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인권을 회복하는 데 쓰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세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기억할 수 있도록 문화적 증거와 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귀향’ 출연진과 스태프는 대부분 개런티를 받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소녀의 고통과 피해를 그린 영화에 선뜻 제작비를 투자하는 곳이 없었던 탓이다. 제작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들은 대부분 ‘재능기부’를 택했고, 부족한 금액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충당했다. 14년 동안 7만5000명이 순제작비의 절반인 12억원을 조달했다. 보답이라도 하듯 ‘귀향’은 358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적같은 흥행을 일궈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협상을 졸속으로 끝내버린 데 대한 허망함과 그로 인한 배신감, 반발심을 영화로 달래보려는 의지 또한 흥행에 일조했다. 높은 예매율은 역사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을 줄 모르는 정부를 향해 앞장서 비난하지 못하는 소시민 관객들의 가슴속 응어리 크기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 타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의 후속조치로, 28일 ‘화해·치유재단’이 출범한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재단 설립위원회를 발족해 정관 작성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자금 사용 방식 등은 출범 후 이사회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출연키로 한 10억엔(약 107억원)은 아직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해 합의가 한·일 정부 간 일방적인 합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재단 설립 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이 진정 피해 할머니들을 돕는 일인지 돌아볼 때이다. 다행히 영화 ‘귀향’의 기적과 선행은 변함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신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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