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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느끼는 아름다움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만약 발레리나 강수진이라면? 단연 발을 꼽고 싶다. 예전 인터넷에 실린 그녀의 발이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린 적이 있다. 뭉개지고 갈라진 발톱, 옹이처럼 튀어나온 발가락뼈, 버섯 모양으로 퍼진 엄지발가락…. 정말 흉측한 발이었다. 그러나 흉한 모습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주었다. 사진을 본 고은 시인은 “그녀의 발에 입 맞추고 싶다”고 했다.

강수진의 발은 지독한 연습의 결과였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연습실로 향했다. 밤 12시가 넘어 연습할 때도 많았다. 그녀는 동료들이 한 달에 한두 켤레씩 갈아 신는 토슈즈를 한 시즌에 250켤레나 해치웠다. 물품 담당 직원이 찾아와 “제발 좀 아껴 신을 수 없느냐?”고 사정할 정도였다.

지독한 연습은 마침내 그녀를 최고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1985년 스위스 로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고, ‘발레의 유엔’으로 불리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도 입단했다. 모두 동양인으로서 최초였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자주 발톱이 빠지고 살이 짓무르고 피가 났다. 피와 살이 토슈즈 안에서 한데 엉겨 붙었다. 발가락 사이에 쇠고기를 끼운 채 공연하고, 발뼈가 부러져 철을 끼고 다니기도 했다. 동료들은 그녀를 ‘머신(기계)’이라고 불렀다.

그런 ‘강철 나비’ 강수진이 독일 무대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2년 전 귀국해 국립발레단장을 맡고 있는 그녀가 슈투트가르트를 찾아 지난 22일 은퇴 공연을 가진 것이다. 그녀는 환상적인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막이 내려가자 1400여 관객이 흰색 종이를 일제히 들어올렸다. 거기엔 빨간색 하트 문양과 함께 ‘DANKE SUE JIN(당케 수진·고마워요 수진)’이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강수진은 와락 눈물을 쏟고 말았다.

강수진은 꿈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 나비였다. 그녀는 은퇴 공연을 끝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그러나 더 큰 인생 무대에서의 비상은 계속될 것이다. 강철 나비의 인생 2막 날갯짓이 기다려진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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