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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국회는 검찰의 ‘굿와이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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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26 22:05:29 수정 : 2016-07-26 2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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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로비에 검찰 편에 서
검찰 개혁안 번번이 좌초돼
10번째 공수처 법안 운명은
여소야대 법사위원에 달려
드라마에서 검사는 기자만큼 전형적이다. 기자들은 늘 우루루 몰려다니며 뻔한 질문을 한다. 검사들은 대부분 배신과 음모, 권력 싸움에 능숙한 인물로 그려진다. 기자나 검사나 그런 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몇몇 사건은 극적으로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tvN 드라마 ‘굿와이프’ 주인공 이태준은 기업 비리를 파헤치는 잘나가는 검사지만 스캔들에 휘말려 구속된 처지다.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로펌 변호사인 부인에게 “정치권에서도 우리를 주목하고 있어. 이번 일만 잘 풀리면 전보다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어. 그러니 날 도와줘야 해”라고 설득한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펀치’에도 권모술수에 능한 검사들이 등장했다. 출세욕에 불타는 검찰총장 이름도 이태준이었던 게 공교롭다.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얻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당시 페이스북에 부패한 검찰조직을 다룬 ‘펀치’ 감상 글을 올렸다. “그래도 우리가 검사로 재직할 때는 검사는 약자를 도와주고 권력과 싸우는 정의의 상징으로 드라마에서 묘사가 됐는데, 최근 검찰의 모습은 부끄럽기 한이 없다.” 벤츠 여검사에 그랜저 부장검사, 청사 내 ‘간음 검사’까지 나온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인으로 변신한 홍 검사의 과장된 자탄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황정미 논설위원
공짜 주식으로 100억대 자산을 키운 진경준 검사장 사건은 한 편의 드라마다. 권력 실세라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주연급이다. TV에서는 정의로운 검사, 변호사가 부패 전모를 폭로하고 ‘악인’을 응징하던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진경준 사건은 비이성적으로 탐욕을 부린 개인의 일탈이고, 우병우와 관련된 의혹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정리될 공산이 크다. 검사 비위를 조사, 기소하는 건 전적으로 검찰 몫인데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치권에선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야당이 내놓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은 단골 메뉴다. 검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 기소할 별도의 기관을 둬서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논리다. 임기 초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후 발간된 자서전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썼다.

공수처 입법 추진은 이번이 10번째다. 역대 국회에서 번번이 좌초됐다. 집권 여당 반대에 검찰총장이 사퇴할 정도의 조직적 반발이 주된 이유다. 그뿐일까. 18대 국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합의를 이끈 사법제도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이 합의를 깨자 “10명의 한나라당 사개특위 위원 가운데 검사 출신이 5명이다. 현재 멤버로는 100년간 논의해도 결론이 똑같다”고 했다. 검사 출신 의원들이 검찰 개혁을 난공불락으로 만든 ‘방패막이’라는 얘기다.

18대 사개특위 야당 간사, 19대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검찰 개혁을 추진한 박영선 의원은 “검찰 측 로비도 대단하지만 (개혁)찬성 의원들을 내사했다. 나와 박지원, 주성영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주 전 의원은 검찰의 성매매 의혹 사건 내사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년 후 무혐의 내사 종결을 통보받았다. 국민의당 박 의원은 최근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13년간 검찰과의 악연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공수처 법안을 논의할 20대 국회 법사위 17명 가운데 검찰 출신은 권성동 위원장(새누리당) 등 7명이다. 전체 의원 중 검찰 출신(16명)은 5%인데 법사위는 41%다. 지난 국회와 다른 건 여당보다 야당 의원(10명)이 많고 검찰 출신도 야당에 더 많다는 점이다. 임기 말 여소야대 국회는 반검(反檢) 여론에 개혁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겠나’라는 서초동 기류가 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육참골단의 자세로 강력한 자기 개혁에 나서라”는 여당 원내대표 주문이 생뚱맞게 들리는 이유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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