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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되기 전의 대한제국 황실 시위대.
8월은 광복의 기쁨으로 기억하지만 망국의 굴욕이 교차하는 달이다. 경술국치(1910년 8월29일) 3년 전인 1907년 8월의 첫날,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됐다. 맨손체조 훈련 명분으로 동대문 밖 훈련원에 장병들을 소집한 뒤 전격적으로 무장을 해제했다. 중무장한 일본군 포위 속에 조선 무인(武人)들의 혼이 서린 성지에서 군모가 벗겨지고 견장이 뜯겨지는 치욕에 그들은 통분했다. 황실 경호를 담당하던 시위대 제1대대장 박승환 참령은 굴욕 대신 권총으로 자결했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했으니,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다.” 죽음으로 기개를 지키며 격정을 토한 유서다. 장병들은 분연히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남대문과 서소문에서 일본군과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다. 전쟁은 한나절도 안 돼 결판이 났다. 탄약고는 이미 일본군이 장악한 뒤였고 갖고 있던 총탄이 부족해 맨주먹으로 싸우는 전력이 오죽했으랴. 68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당했으며 516명이 사로잡혔다. 뿔뿔이 흩어진 장병 중 일부는 국내 의병에 합류하거나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 핵심이 됐다.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는 것 못지않게 치욕의 역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나라가, 민족이 슬퍼지기 때문이다. ‘비극의 여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김규영 편집위원

△1986년 8월4일 독립기념관 개관 앞두고 큰 불

△1962년 8월5일 미국 여배우 메릴린 먼로 사망

△1945년 8월6일 미군,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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