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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칼럼] 김영란법 실효성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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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7 20:29:18 수정 : 2016-08-08 01: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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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문화 청산·투명사회 가면
우리 경제와 선진화에 큰 도움
부정청탁·뇌물 엄정 집행하되
식사·선물 부분 유연한 논의를
우리나라 경제의 3대 뇌관을 꼽으라고 하면 과다한 자영업, 증가하는 가계부채, 그리고 부동산 가격 폭락 가능성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은 서로 상당 부분 얽혀 있다. 자영업의 경우 약 560만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합치면 680만명에 달하는 경제주체들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도소매·음식료·숙박·운수에 주로 자영업이 몰려 있는데 이 분야는 대표적인 레드오션(red ocean)이다. 경쟁은 심하고 이익을 내기는 너무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자영업자들이 상당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가계부채이다.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등을 담보로 가계부채를 조달해 업체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소상공인 대출이다. 이는 기업부채로 통계가 잡히는 부분인데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등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조달해 사업체에 투입이 되고 있다. 기준에 따라 숫자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두 가지를 합쳐서 500여조원의 부채가 자영업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자영업자들이 이익을 내면서 이자를 잘 갚아야 돈을 빌려준 은행의 건전성이 유지된다. 거꾸로 자영업이 잘못되면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대출 분야에서 금융부실이 커지면서 금융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그런데 문제는 자영업의 핵심 중 한 분야가 요식업이라는 점이다. 40만개가 넘는 식당이 전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경우 인구 80명당 하나 정도 식당이 있는데 이들은 거주자들의 수요만으로는 못 버틴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와 함께 저녁 회식과 약속 등이 있어야 이들이 버틴다. 이렇게 회식이나 식사약속을 잘 마친 고객들이 노래방도 가고 치킨집도 가고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식당을 포함한 다른 자영업자들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 금지법) 시행령안이 원안대로 발효되면 상당한 수준의 내수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약 12조원 내수가 감소하는데 그중에 약 8조원이 식당 수요 감소분이다. 그러지 않아도 손님이 없어 힘든 식당들이 부지기수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식당에 저녁 손님이 줄어들면 식당은 물론 노래방, 치킨집, 택시 손님들도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지금도 손익을 겨우 맞추면서 한계점에서 영업을 하는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워진다.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대출까지 부실화되고 자영업자들에게 건물을 빌려준 상업용 부동산 분야까지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 경제에 파장이 예상되는 것이다. 또한 농수축산업은 직접적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우선 선물액수 한도로 인해 직접적인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식당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식당이 사용하는 먹거리 수요가 감소하여 간접적 타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과 농수축산업이 어떤 분야인가. 이들은 내수의 핵심이자 경제 내에서 약한 부문이다. 잘나가는 수출산업이나 제조업에 일부 영향을 주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김영란법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경제의 약한 분야를 건드리면서 악순환 고리를 형성시키고 실물과 금융까지 골이 파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 법의 방향성과 취지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재론의 여지는 없다. 이 법의 부정청탁과 뇌물수수 금지 조항 등은 엄정하게 집행 돼야 한다. 부패 문화를 청산하고 투명사회로 가면 우리 경제의 선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식사 및 선물과 관련한 부분만은 자영업과 농수축산업에의 영향을 고려해 유연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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